해금연주자 강은일, 여성 이야기 담은 전통예술공연 22~23일 선보여

할머니는 식구들이 밥을 먹고 나면 조용히 부엌으로 가 남은 반찬으로 끼니를 때웠다.

어머니 때만 해도 딸보다는 아들을 선호했다.

그런 할머니와 엄마를 보고 자란 해금연주자 강은일은 자존감이 높지 않았다고 한다.

"누군가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까"라는 생각에 전전긍긍했고, 자신감은 늘 떨어져 있었다.

여성으로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모든 걸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컸다.

우선 남편과 아이들을 잘 챙겨야 했고, 그다음에 자기 일과 사회생활도 실수 없이 해나가야 했다.

해금연주자 강은일은 딸만은 그런 부담감 속에 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고 한다.

"저희 딸에게는 지금의 너로서도 가치가 충분하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어요.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알려주고 싶었죠. 여성으로서의 가치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
"여성이 얼마나 훌륭한 존재인지 말하고 싶었죠"
강은일은 오는 22~23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오르는 전통예술공연 '오래된 미래: 내 엄마의 엄마의 엄마의 이야기'(이하 오래된 미래)의 기획 의도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12일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자리에서다.

그는 이 작품 예술감독을 맡았다.

'오래된 미래'는 강은일이 겪은 자전적인 이야기를 토대로 지난 100년 동안 할머니부터 딸까지 여성 4세대 이야기를 음악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해금 선율로 돌아가신 어머니를 추억하고 그리워하는 장면을 그린 '제망모가', 할머니부터 딸까지의 이야기를 그린 '4대', 고통스러웠던 한국전쟁 속 여성들의 기억을 재현한 '떠오른 기억',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존경을 표현한 '날개' 등 다양한 곡이 연주된다.

강은일, 재즈 피아니스트 김윤곤, 타악기 연주자 박광현, 피리·태평소·생황연주가 최소리가 함께 무대에 선다.

국립국악관현악단 상주 작곡가를 역임한 김성국, 미국 작곡가 도널드 워맥, 모세 베르트랑 컬럼비아 음대 교수, 영화음악·뮤지컬 작곡가 우디 박 등 국내외 작곡가들이 참여했다.

국악부터 클래식, 재즈,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EDM)까지 다양한 장르를 아우른 곡들이 포진했다.

강은일은 "이번 공연은 수많은 세대를 지나갔던 여성들의, 엄마들의 이야기"라며 "여성들에게 우리의 존재가 얼마나 아름답고, 훌륭한지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여성이 얼마나 훌륭한 존재인지 말하고 싶었죠"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