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이 9일(현지시간)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국제영화상, 각본상 등 4관왕을 차지한 것과 관련해 주요 외신들은 일제히 "영화계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며 속보를 전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한국의 기생충이 비영어권 영화로는 처음으로 작품상을 수상하며 92년간의 아카데미 시상식 역사를 산산조각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기생충의 작품상 수상은 아카데미의 해당 부문에 비영어권 영화가 지금까지 단 10번 출품된 상황에서 이룬 쾌거"라고 강조했다. AP통신은 "기생충의 이번 수상은 외국 영화를 자신들의 틀에 맞춰 보려는 경향을 가진 미국 영화계에 새로운 분수령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 언론들도 일제히 찬사를 보냈다. 기생충은 지난해 유럽 최고 권위의 칸영화제에서 한국 영화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받아 유럽 언론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는 "그가 해냈다"며 "봉준호가 비영어권 영화가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다는 불가능한 이야기를 현실로 만들어냈다"고 보도했다. 영국 BBC는 "기생충이 지난 92년 동안 '자막이 있는 영화'에게 허락되지 않았던 역사를 이뤄냈다"고 전했다.

외신들은 기생충의 올해 아카데미 수상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WSJ는 "기생충이 작품상 등을 수상한 건 쟁쟁한 후보작들 사이에서 이뤄낸 일이라 더 의미가 크다"라고 전했다. AP통신은 "경쟁작인 샘 멘데스 감독의 '1917'은 3개 부문에서 수상했지만 촬영상, 시각효과상, 음향편집상 등 기술적 부분에서만 수상했다"고 전했다. 영화의 작품성 면에서는 기생충이 1917보다 우위에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뜻이다.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을 계기로 충무로와 한국 영화계에 대한 외신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미국 연예전문 매체 할리우드리포트는 "지난 20년 동안 가장 독특한 영화를 만들어낸다는 평가를 받던 한국이 마침내 오스카의 영광을 누리게 됐다"고 전했다. 할리우드리포트는 "그동안 전세계 영화애호가들은 한국에서 봉준호를 포함해 이창동, 박찬욱과 같은 독창적인 감독들이 얼마나 많이 배출돼 왔는지에 대해 감탄해왔다"고 강조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