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분열의 정치' 비난하며 단합 호소…샌더스엔 '급진적' 비판
지지자들, 기성정치에 염증 표출…'동성애' 본선경쟁력 약점 우려

"미국에 더이상 분열은 안 된다.

트럼프를 꺾고 미국을 다시 단합시킬 대통령이 필요하다"(부티지지)
"나이가 아니라 생각이 중요하다.

워싱턴 정치를 바꿔야 한다"(부티지지 지지자)
[르포] 뉴햄프셔도 '부티지지 돌풍' 부나…원동력은 젊음·변화
미국 민주당의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이 초반부터 '부티지지 돌풍'이 불면서 승부를 점치기 어려운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인디애나주 소도시 사우스벤드에서 2번의 시장에 당선된 것이 정치 경험의 전부인 피트 부티지지가 1차 경선인 아이오와주에서 깜짝 1위에 오르는 이변을 연출한 것이다.

그는 오는 11일 2차 경선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를 앞두고도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며 버니 샌더스 상원 의원의 '텃밭'이라고 불리는 이곳까지 넘보고 있다.

변변한 정치경력도 없이 38세의 젊은 나이에다 보수 진영에서 탐탁지 않아 하는 동성애자라는 핸디캡까지 안은 그가 이토록 주목을 받는 이유는 뭘까.

9일(현지시간) 저녁 뉴햄프셔주 런던더리의 한 중학교에서 열린 부티지지의 타운홀 미팅은 '30대 신예'의 갑작스러운 부상에 따른 흥분과 기대감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300여명의 지지자가 모인 이곳에 부티지지가 등장하자 행사장은 함성으로 뒤덮였다.

어린아이 손을 잡고 온 젊은 부부, 중년층, 노년층은 물론 아직 투표권도 없는 청소년까지 연령대도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다양했다.

트레이드마크처럼 된 소매를 접은 흰색 와이셔츠 차림의 부티지지는 마이크를 잡기 무섭게 미국이 더는 혼란과 부패에 빠질 순 없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지난 4일 공화당이 다수인 상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안을 부결시킨 것을 염두에 둔 듯 "그때는 상원이 배심원이었지만 이제는 우리가 배심원"이라며 투표를 통한 트럼프 심판을 외쳤다.

[르포] 뉴햄프셔도 '부티지지 돌풍' 부나…원동력은 젊음·변화
부티지지는 당내 경쟁 주자들도 겨냥했다.

샌더스 의원에 대해서는 "혁명이냐, 현상 유지냐 두 가지 선택만 있는 것처럼 본다.

이는 미국을 더욱 분열시키고 많은 국민이 찾아갈 곳이 없게 만든다"며 급진적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또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자신의 중앙정치 경험 부족을 문제 삼은 것을 의식한 듯 "지금은 매우 발전된 지역이 아니라 중서부의 중산층을 대변할 인사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40여분간 진행된 행사에서 미국의 단합을 끌어낼 사람이 필요하다고 몇 차례나 언급했다.

그러면서 "나는 대통령 자리를 위해 출마한 게 아니다.

미국의 단합이란 목적을 위해, 희망을 위해 출마했다"고 강조했다.

부티지지는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해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이날만 해도 오전에 5곳의 방송 인터뷰에 출연하고, 오후부터 뉴햄프셔에서 4곳의 타운홀 미팅을 소화했다.

그는 아이오와 코커스를 앞두고 3주간 50곳의 타운홀 미팅을 개최하며 가장 많은 활동량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당내 경쟁자인 샌더스 의원, 바이든 전 부통령,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 의원은 모두 70대다.

[르포] 뉴햄프셔도 '부티지지 돌풍' 부나…원동력은 젊음·변화
타운홀 현장에서 만난 부티지지 지지자들이 가장 기대하는 부분도 젊음이었다.

이는 단순히 나이가 아니라 '새 피'(New Blood)'에 대한 갈구였다.

기성정치권을 향한 불신과 반감이 워싱턴정치에 물들지 않은 부티지지 기대감으로 연결된 것처럼 보였다.

마이크 새퍼는 "미국엔 새 피가 필요하다.

트럼프 대통령도, 민주당 다른 후보들도 너무 늙었다"며 "부티지지는 사람을 포용하려 하고, 시장 시절 경제 성과도 좋았다"고 말했다.

38세의 나이가 너무 젊지 않으냐는 질문엔 "그 정도면 충분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또다른 지지자인 낸시 헨드릭스는 "부티지지는 워싱턴 정치와 거리가 멀다.

그래서 정치를 바꿀 수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중앙정치 무대 경험 부족이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지지자들은 동성애자인 부티지지의 성 정체성을 문제 삼으면 안 된다면서도 미국 전체 유권자들이 이를 수용할 수 있을지는 반신반의했다.

본선에서 약점이 될 수 있다는 데는 동의하는 분위기였다.

새퍼는 "10년 전보단 인식이 많이 달라졌지만 공화당 지지자들은 여전히 동성애를 싫어할 것"이라고 말했고, 론 루트는 "동성애 문제는 개인적인 일"이라면서도 "미국인들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