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연수구 등 인접 격전지 승부에도 영향 미칠 듯
유정복, 인천 한복판 미추홀갑 조준…인천 총선판 요동
자유한국당 소속 유정복 전 인천시장이 장고 끝에 4·15 총선 출마지로 미추홀갑을 선택했다.

다소 밋밋하게 흘러가던 인천 총선 경쟁 구도가 새로운 변곡점을 만나 요동치는 형국이다.

김포에서 3선 국회의원 경력을 쌓은 유 전 시장은 인천에서는 국회의원 경험이 없어 그가 어느 곳으로 출마하는지가 지역 정가의 관심사 중 하나였다.

이날 공식발표 전까지 그의 출마 예상 선거구로 가장 자주 거론된 곳은 남동갑 선거구였다.

2014∼2018년 인천시장 재임 당시 유 전 시장의 집이 이곳에 있었고 인천시청도 남동갑 선거구 안에 있다는 점에서 그의 남동갑 출마설은 설득력 있게 퍼졌다.

남동갑을 선택했다면 그는 더불어민주당 현역인 맹성규 의원과 일전을 치러야 했다.

국토교통부 차관 출신의 맹 의원은 불과 2년 전 보궐선거 이후에야 남동갑 터를 닦아온 상황이어서 유 전 시장 측에서는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볼 수도 있는 곳이었다.

그러나 유 전 시장의 선택은 미추홀갑이었다.

그는 6일 출마 기자회견에서 "미추홀갑으로 정하게 된 것은 인천 총선 승리를 위한 전략적 판단과 함께 인천의 최대 현안 해결을 통해 인천의 역사를 바꿀 수 있는 중심지가 바로 미추홀갑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역 정가에서는 그가 2년 전 지방선거 낙선 이후 배수진을 칠 수밖에 없는 이번 총선에서 당선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보수 성향이 강한 미추홀갑을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988년 13대 총선 때 미추홀갑(당시는 남구갑) 선거구가 생긴 이후 32년간 8차례의 총선에서 한국당을 포함한 보수 계열 정당은 이곳에서 7승 1패로 압승을 거뒀다.

심정구(3선)·민봉기·홍일표(3선) 등 보수정당 후보들은 연거푸 당선의 기쁨을 누렸다.

민주당 계열 정당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사태 이후 치러진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유필우 후보가 당선된 것이 유일한 승리다.

선거구 조정에 따라 7만 인구의 동구가 미추홀갑으로 편입될 수 있는 점도 유 전 시장의 선택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동구는 유 전 시장의 고향이다.

유 전 시장이 본선에 진출하려면 우선 당내에서 미추홀갑 현역 의원인 홍일표 의원, 비례대표인 신보라 의원과 일전을 치러야 한다.

홍 의원은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인 벌금 1천만원을 선고받아 4선 도전이 순탄치 않은 상황이고, 신 의원은 인천에 아무런 지역 연고가 없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유정복, 인천 한복판 미추홀갑 조준…인천 총선판 요동
민주당에서는 허종식 전 인천시 균형발전정무부시장이 오랫동안 다져온 지지기반을 토대로 한국당 후보와 맞붙을 태세를 갖추고 있다.

허 전 부시장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유 전 시장은 재임 시절 GTX-B노선 경유역을 주안역 대신 시청역으로 결정하는 등 미추홀구를 홀대한 인물"이라고 공격했다.

그는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 측근으로 힘 있는 시장임을 자처했던 유 전 시장은 미추홀구민에게 사과부터 하라"며 포문을 열었다.

지리적으로 인천의 중심에 있는 미추홀갑은 위로는 서구 갑을, 아래로는 연수 갑을 등 인천에서 격전지로 꼽히는 선거구들과 인접해 있어 이번 총선에서 미추홀갑의 승부가 미치는 영향은 강력한 상황이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7석, 새누리당 계열이 6석(당시 무소속 안상수·윤상현 의원 포함)을 얻어 접전 끝에 어느 쪽도 확실한 우위를 차지하진 못했다.

정치 전문가들은 "선거는 흐름과 기세 싸움인데 미추홀갑에서 밀리면 인접 선거구도 위태로워질 수 있다"며 "자유한국당 윤상현 의원이 있는 미추홀을 선거구를 포함해 민주당과 한국당이 미추홀구 선거에 화력을 집중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