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영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4일 한국개발연구원(KDI) 북한경제리뷰 1월호에 게재한 '2019년 북한경제 평가 및 전망: 시장물가 및 시장환율을 중심으로' 논문에서 이같이 평가했다.
2016년 북한이 4차 핵실험을 단행하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북한 화물 검색 의무화, 육·해·공 운송 통제, 북한 광물거래 금지·차단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역대 최강' 수위의 제재 결의 2270호를 채택한 바 있다.
최 연구위원은 대북제재 강화 이전인 2016년 3분기까지 북한 시장에서 쌀과 옥수수 가격은 국제 시세와 양(+)의 상관관계가 있었으나, 이후로는 상관관계가 크게 약화했다고 지적했다.
수산물 가격은 북한의 수산물 수출을 금지하는 안보리 제재 결의안이 채택된 2017년 하반기부터 오히려 떨어졌다.
중국으로의 수출길이 막히면서 내부 공급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정제유 가격은 2017∼2018년 급등했는데, 지난해 2∼3분기부터 하락세로 전환했다.
정제유 수입이 대북제재 상한선(연간 50만 배럴) 이하로는 이뤄지는 데다, 일부 밀수를 통한 공급이 유지된 덕분으로 추정된다.
최 연구위원은 "주민 생활과 관련한 경제활동이 제재 이후 다소 악화하기는 했으나 비교적 안정세를 지속하고 있다"며 "특히 식료품은 제재가 장기화할 경우에도 기상여건 악화 등의 요인이 없다면 비교적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품목"이라고 진단했다.
환율 안정세도 이어졌다.
특히 북한 시장 환율과 국제 시세의 상관관계가 약해졌다.
이에 대해 최 연구위원은 "대북제재 강화로 대외거래가 축소되면서 북한 시장이 국제시장으로부터 단절되는 신호일 수 있다"며 "앞으로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은 다소 높다"고 지적했다.
정형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 역시 '2019년 북한의 대외무역 평가와 전망: 대북제재 효과를 중심으로' 논문에서 북한 내 물가가 안정적인 상황이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라고 평가했다.
정 연구원은 중국 해관총서 통계를 분석한 결과 북한의 대중무역량은 급감했다면서도 "제재의 영향으로 1990년대 '고난의 행군'과 같은 상황에 처한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김정은 시대 들어 국산화 정책으로 국내에서도 생산재의 조달이 일부라도 가능하다면 그럭저럭 궁핍하지만, 현재 상황을 유지해나갈 수는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경제적으로 더 어려워질 수 있으나 그렇다고 김 위원장이 핵 협상이나 핵 개발 전략을 바꿀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따라서 미국은 강력한 대북 제재만을 활용해서 북한과의 핵 협상을 성공시킬 수 있다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임수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발간된 '대북 경제제재의 중장기 효과' 제목의 연구보고서에서 지금과 같은 고강도 제재가 이어진다면 북한의 외화보유액이 2023년 고갈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중국 변수' 등을 고려할 때 비핵화 효과는 미지수라고 진단했다.
임 연구위원은 "제재의 공식적 목적은 비핵화 협상에서 북한의 긍정적 태도 변화를 유도하는 데 있다"며 '선(先) 비핵화-후(後) 제재 완화'라는 기존의 접근법 대신 북한의 행동과 제재 완화라는 보상을 좀 더 쪼개서 단계적 로드맵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