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찬 연이어 하며 공관위 'TK 물갈이론' 강력 항의
"대구 자존심 지켜달라", "경북도민 무시 언행 자제해달라"…황 "공관위에 전달하겠다"

자유한국당 대구·경북(TK) 지역을 지역구로 둔 의원들이 황교안 대표와 4일 오만찬을 연달아 하며 'TK 물갈이'에 대해 강력 항의했다.

대구와 경북 지역 의원들은 이날 여의도 인근에서 황 대표와 각각 오찬과 만찬을 겸한 면담자리를 가졌다.

이들은 "TK가 (당의) 식민지냐", "컷오프 비율을 정해놓은 것은 TK 모멸이다" 등 수위 높은 발언들을 쏟아냈다.

최근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가 대대적인 물갈이를 예고하면서 특히 TK 지역을 겨냥한 집중 컷오프(공천배제) 방침을 밝힌 데 대해 견제구를 던진 것이라 할 수 있다.

개인 사정으로 불참한 김석기 의원을 제외한 경북 지역 의원 10명(강석호·김광림·김재원·박명재·김정재·백승주·송언석·이만희·장석춘·최교일)이 참석한 만찬은 약 2시간가량 진행됐다.

황교안 만난 한국당 TK 의원들 "우리가 식민지가"…컷오프 반발(종합)
한 3선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시스템 없이 컷오프 비율을 정해놓고 공천심사를 하는 것은 TK를 무시하는 것이고 모멸하는 것이라는 의견을 이구동성으로 전달했다"며 "황 대표도 이에 대해 공감했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당무감사와 관련 평가를 했으면 그 결과에 따라 공천을 해야 한다"며 "그렇게 하지 않고선 단지 서울과 수도권은 국회의원이 텅텅 비었는데 TK만 많다고 해서 컷오프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만찬 도중 'TK가 식민지가?'라는 말까지 나왔고 황 대표가 '그건 아니다'고 부정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경북 지역의 또 다른 의원은 통화에서 'TK의 당무감사 하위권설'과 관련해 "황 대표가 '있을 수 없는 가짜뉴스니 유출자를 색출하라'는 취지의 말까지 했다.

100% 가짜뉴스니까 의원들이 전혀 개의치 말라는 뜻이었다"고 말했다.

만찬에 배석한 김성원 대변인은 만찬 후 기자들과 만나 경북 지역 의원들로부터 공천 심사 시 기준과 절차를 공평하고 투명하게 해 공정한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주문이 많았다고 전했다.

김 대변인은 "'TK 컷오프 50%' ,' 컷오프 70%' 등 비율이 계속 나오는 것은 경북도민들을 무시하는 처사일 수도 있으니 언행을 자제해달라는 의견이 있었다"며 "아직 공천 기준이 명확하지 않음에도 흘러나오는 발언들에 대해 (공관위가) 자중자애 해야 한다는 얘기"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무감사 결과 하위 20%설', '중앙당 전략공천자설' 등 확인되지 않은 허위 사실에 대해 당 차원에서 강력히 경고하는 한편 경선에서 불이익을 줘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고 했다.

김 대변인은 "보수통합과 관련해서는 한국당이 (새로운보수당 등에) 끌려다니는 모습은 바람직 하지 않다"며 "좀 더 능동적으로 통합을 추진하되 빠른 시일 내 결론을 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황 대표는 당무감사와 관련한 허위사실 유포자를 찾아내 경선 시 불이익을 줘야 한다는 데 공감을 표하면서 이르면 오는 5일 관련 지시를 내릴 것이라고 김 대변인은 전했다.

또 통합과 관련해 황 대표는 "혁신통합추진위원회(혁통위) 회의가 내일 있고, 미래한국당 창당대회도 있는 가운데 내일 혁통위의 논의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축사를 위해 오는 5일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창당대회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황교안 만난 한국당 TK 의원들 "우리가 식민지가"…컷오프 반발(종합)
앞서 이날 1시간 30여분간 진행된 오찬에는 곽상도·정종섭 의원을 제외한 대구를 지역구로 둔 의원 8명(주호영·김상훈·윤재옥·곽대훈·정태옥·추경호·강효상·김규환)이 참석했다.

한 의원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구동성으로 TK 의원들을 너무 많이 (컷오프로) 자르면 안 된다는 뜻을 밝혔다"며 "공관위에서 TK 컷오프(공천배제) 비율을 높이는 데 대한 우려를 황 대표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에 황 대표는 '공관위의 권한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우려에 대해 알고 있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참석자는 "황 대표가 먼저 '물갈이라는 표현은 좋지 않기 때문에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며 "오찬 자리에서 권역별 구체적인 컷오프 비율 관련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찬에 배석한 김성원 대변인은 오찬 후 기자들과 만나 "대구 시민들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도록 당 대표뿐 아니라 공관위원들이 심사숙고해야 하지 않느냐는 말들이 나왔다"며 "합리적인 기준에 의해 인물이 바뀐다면 대구 시민도 인정하고 보수우파도 승리할 수 있지만, 기준 없는 인위적인 컷오프는 민심의 역효과를 불러오니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황 대표는 "대구 시민들의 우려를 김형오 공관위원장에게 잘 전달하겠다"고 말했다고 김 대변인은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