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평화구상 발표 후 팔레스타인 반대시위로 충돌 잦아져
유대인 정착촌 합병안 내각표결 연기…트럼프 구상과 보조 맞추기
이스라엘이 요르단강 서안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인근에 군 병력을 추가 배치한다고 29일(현지시간) 밝혔다.

미국 정부가 전날 중동평화구상을 발표하자 팔레스타인인들이 반대 시위를 벌이며 이스라엘군과 충돌하는 상황에서 나온 조치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 육군은 이날 성명을 통해 "현 상황 평가에 따라 유대와 사마리아, 가자 지구에 전투 병력을 증원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유대와 사마리아는 요르단강 서안을 일컫는 이스라엘 용어다.

이날 요르단강 서안의 라말라에선 미국 정부의 중동평화구상에 반대하는 팔레스타인 시위대 3명이 이스라엘군의 총격으로 병원에 이송됐다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보건부가 밝혔다.

앞서 가자지구에서는 전날 미국의 중동평화구상 발표 이후 팔레스타인인 수천 명이 타이어를 불태우고 트럼프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사진을 태우며 시위를 벌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중동평화구상에는 팔레스타인 자치령인 요르단강 서안 지구 내 이스라엘 정착촌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을 인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팔레스타인 측이 이스라엘 정착촌을 받아들이는 대신 동예루살렘 일부 지역에서 자신들의 수도를 포함한 국가를 건설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러나 구체적인 내용을 볼 때 이 구상은 이스라엘에 편향적으로 유리해 팔레스타인과 이슬람권 일부가 반발하고 서방에서도 우려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요르단강 서안은 이스라엘이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이후 점령한 지역으로 유엔 등 국제사회가 이곳에 건설된 유대인 정착촌을 불법으로 여긴다.

트럼프 행정부의 구상이 실현되면 팔레스타인의 국가가 되는 요르단강 서안은 현재 자치 지역과 달리 크게 반으로 갈라지는 데다가 내륙으로 봉쇄되고 미래의 수도는 예루살렘 외곽으로 밀려나기도 한다.

마무드 아바스 PA 수반은 트럼프 행정부의 구상이 발표되자 "팔레스타인 민족은 미국의 구상을 역사의 쓰레기통으로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PA의 리야드 만수르 유엔주재 대사는 중동평화구상에 대응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결의안 추진을 시사했으며,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들은 미국 정부의 중동평화구상에 항의하는 의미로 총파업에 참여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구상과 속도를 조절하려는 듯 이날 요르단강 서안 지구 내 이스라엘 정착촌 합병에 관한 내각 표결을 미뤘다.

앞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내달 2일 내각에서 요르단강 서안의 요르단계곡과 유대인 정착촌의 합병에 대한 표결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리브 레빈 이스라엘 관광장관은 이날 이스라엘라디오에 출현해 검찰총장과의 상의 등 준비절차 때문에 오는 2일 표결은 현실적으로 실현할 수 없다고 밝혔다.

AP통신은 정부가 내각 표결을 미룬 배경으로 합병 문제를 미국 측과 조정하기 위해서인 것으로도 보인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