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시 늘푸른학교, 평균 나이 75세 할머니들의 시집 발간
느지막이 글 배우니 고된 인생이 시로…'할매, 시작(詩作)하다'
'내가 공부해서/가장 보람 있을 때는/몸이 아파 병원에 갈 때다//내과, 산부인과, 치과…/눈으로 병원 이름을 읽고/찾아갈 수 있는/이 편한 세상이 참 좋다'(76세 차길자 할머니의 시 '이 편한 세상')
시골 할머니들이 시를 썼다.

평균 나이 75세. 배우고 싶었지만 어려운 환경으로 배움의 뜻을 접어야 했던 할머니들이 글을 배워 '할매, 시작(詩作)하다'라는 제목의 시집을 출간했다.

시집에는 군산시에서 운영하는 늘푸른학교에서 문해 교육을 받은 할머니들이 쓴 시 90여편이 담겼다.

'공부한다고 하네/공부한다고 하네/나혼자 설레이고 너무 좋았네/더 많이 배울거라서/기분이 좋네'(78세 문홍례 할머니의 시)
삐뚤빼뚤한 글씨, 군데군데 틀린 맞춤법. 서툰 구석이 많은 시지만, 오히려 그래서 시들은 더 빛난다.

그 자체가 할머니들의 굴곡진 삶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애환 가득한 인생은 한글을 배우자 시의 소재가 됐다.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쓴 시에는 한글을 눈앞에 두고도 읽지도 못하고 까막눈으로 살아야 했던 서러움과 아픔, 칠십줄이 넘었지만 이제라도 한글을 배우게 된 설렘과 기쁨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느지막이 글 배우니 고된 인생이 시로…'할매, 시작(詩作)하다'
90세에 늘푸른학교에 다니기 시작한 이정순 할머니(93)는 "(배운 내용을) 들으면 잊어버리지만, 선생님과 친구가 있다는 것에 외로움도 잠시 잊고 공부에 취해 하루하루 새로운 기쁨을 느끼고 있다"며 "학교가 낙원"이라고 했다.

강임준 늘푸른학교장은 "평생 배움에 대한 열망을 가슴에 품고, 한글을 읽고 쓰지 못하는 아픈 시간을 견딘 600여명이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며 "그 열망에 존경을 표한다"고 말했다.

늘푸른학교는 2008년 '비문해 제로(Zero) 학습도시 조성' 사업의 일환으로 시작해 42개 읍면동에서 진행 중이다.

한글 교육 외에도 음악, 수학, 영어, 미술 등 다양한 수업과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