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클리낭쿠르 벼룩시장
프랑스 클리낭쿠르 벼룩시장
노트르담성당과 에펠탑, 미술관 루브르와 오르셰이…. 파리를 찾는 관광객이 빠트리지 않는 장소다. 바게트 오 장봉(햄 넣은 바케트빵)을 들고 샹젤리제 거리를 걷거나 몽마르트르 언덕을 오르는 것도 낭만적이다. 하지만 나는 프랑스 여행을 제대로 하고 싶다면 벼룩시장을 꼭 찾으라고 권하고 싶다.

파리에는 상설 벼룩시장이 많다. 방브나 몽트뢰이 같은 곳은 대부분 주말에 열린다. 작은 그림부터 오래된 LP판, 커피잔, 장식품까지 없는 것이 없다. 여행선물로도 좋지만 지금은 사라진 프랑스인들의 삶의 흔적을 느낄 수 있어 더욱 좋다. 어떤 물건들은 아무리 봐도 어디에 쓰는 것인지 알 수가 없어 물어보며 알아가는 재미도 있다.

클리낭쿠르 벼룩시장은 좀 더 전문적이고 규모가 크다. 파리 최대 규모답게 가게가 1000개가 넘는다. 상점별로 물건이 세분화돼 있다. 미술품, 조각품, 장식품, 가구들이 주류인데 전문가 수준이다. 가격도 만만치 않지만 품질이 좋아 망설이게 된다. 기품이 묻어나는 고가구, 교과서에서나 봤음직한 풍경화, 인물화들의 유혹은 생각보다 강렬하다.

9월에 프랑스를 찾는다면 북부도시 릴을 여정에 넣어보자. 릴의 벼룩시장은 매년 정기적으로 열리는데 규모가 수㎞에 이른다. 유럽은 물론이고 세계에서 수백만 명이 몰린다. 릴 주민들의 축제이기도 하고 엔틱 전문가들의 박람회이기도 하다. 관심이 있다면 며칠을 봐도 좋다.

규모가 천차만별인 벼룩시장은 산책 삼아 가는 것이 최고다. 어떤 이는 수집 목적으로 가기도 하고, 사업상 가기도 한다. 파리에 거주했던 교포 한 분은 벼룩시장에서 1990년대 초 유학한 한국 화가의 그림을 무더기로 발견해 횡재했다고 한다. 고단한 유학 생활을 주말 새벽 벼룩시장에서 찾는 것으로 위안을 삼다 ‘보물’을 만나게 된 것이다.

프랑스의 벼룩시장은 몇 군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비정기적으로 동네별로 열린다. 이런 데가 덜 상업적이다. 추워서 구경거리가 줄어드는 겨울철이나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바캉스철에 많이 열린다. 정확한 일정은 지역 벼룩시장 스케줄을 다루는 잡지나 웹사이트를 찾아보면 알 수 있다.

사람의 손때가 묻은 물건은 단순한 물건 이상이다. 그 물건을 거쳐간 사람들의 인생이 담겨 있고 그 물건이 사용된 시간의 냄새가 스며 있다. 그래서 나는 1년에 서너 차례 프랑스를 방문할 때마다 가능하면 벼룩시장 방문을 일정에 넣는다.

내가 벼룩시장을 찾는 이유
벼룩시장 한 LP판 커버에서 “대학 입학을 축하하며 엄마가”, 오래된 책 속표지에서 “당신의 생일을 축하해”라는 글귀를 보면 절로 입가에 미소가 떠오른다. 그 물건과 아무 상관없는 나의 가슴도 따뜻해진다. 그래서 나는 벼룩시장 방문을 멈출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