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캐스팅·티켓파워 지닌 특정 배우 선호 탓
"이미지 소비 우려" vs "색다른 배역으로 기시감 없애"
"자주 봐서 좋긴 한데…" 주연 배우 겹치기 개봉
배우 이성민은 설 연휴를 앞두고 개봉한 영화 '남산의 부장들'과 '미스터 주: 사라진 VIP'에서 동시에 주연을 맡았다.

두 작품 속 배역 성격은 180도 다르다.

'남산의 부장들'에선 권력 말기에 접어든 최고 권력자 '박통'을, '미스터 주'에선 동물과 대화할 수 있는 국정원 에이스 요원으로 등장한다.

그는 영화 두편을 한꺼번에 홍보해야 한데다, 현재 방영 중인 tvN 드라마 '머니게임'에서도 주연을 맡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날을 보내고 있다.

"자주 봐서 좋긴 한데…" 주연 배우 겹치기 개봉
이병헌 역시 공교롭게도 한 달 간격으로 그가 주연한 영화 두편이 내걸렸다.

'백두산'에서 북한 요원 리준평을 맡아 화려한 액션 연기와 코믹한 애드리브를 소화했다면, 신작에선 권력 이인자인 중앙정보부장 역을 맡아 배신감과 모멸감, 증오, 충정 등 다양한 감정을 응축해 절제된 연기로 선보인다.

두 배우뿐만 아니다.

최근 들어 비슷한 시기에 여러 작품에서 같은 배우들을 보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주연 배우가 겹치는 경우는 드물었으나, 요즘 들어 부쩍 잦아진 모양새다.

'다작 배우' 마동석은 지난겨울에도 '백두산'과 '시동'에서 서로 다른 매력으로 등장했다.

"자주 봐서 좋긴 한데…" 주연 배우 겹치기 개봉
지난해 10월 코믹 로맨스 '두번 할까요'에 이어 11월 '신의 한 수: 귀수편'으로 강렬한 카리스마를 보여준 권상우는 두 달 만에 '히트맨'으로 돌아왔다.

웹툰 작가가 된 전직 국정원 암살 요원 역할로, 액션은 물론 짠 내 나는 코믹 연기를 선보인다.

'백두산'에서 폭발물처리반 조인창 대위역을 맡아 인간적이고 유쾌한 모습을 보여준 하정우도 다음 달 미스터리 영화 '클로젯'으로 관객을 만난다.

사라진 딸의 흔적을 찾는 아버지 역으로, 묵직하고 복잡한 감정 연기를 선보인다.

이달 초 개봉한 '해치지않아'에서 패기 가득한 신임 변호사로 사랑받은 안재홍과 '시동'에서 반항기 넘치는 10대 소년의 모습을 소화해낸 박정민 역시 이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관객들을 찾는다.

두 배우는 다음 달 개봉을 앞둔 '사냥의 시간'에서 캐릭터 변신과 함께 묵직한 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자주 봐서 좋긴 한데…" 주연 배우 겹치기 개봉
그 외에도 많은 배우가 출연작 사이에 짧은 텀을 두고 스크린에 복귀하는 추세다.

이런 현상은 물론 배우들이 의도했던 바는 아니다.

공교롭게도 개봉 날짜가 겹치거나 원래 계획과 달리 개봉일이 조정돼 벌어진 일이다.

이병헌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백두산' 속 리준평을 좋아하는 관객들도 있을 텐데, 그 캐릭터가 새로운 배역에 묻혀 금방 사라지게 돼 아쉽다"고 말했다.

티켓 파워가 있는 일부 배우만 기용하려는 경향과 멀티캐스팅이 일반화한 것도 주요 원인 중 하나다.

과도한 이미지 소비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배우들이 뛰어난 연기력으로 이런 우려를 뛰어넘기도 한다.

영화계 관계자는 "배우들이 색다른 모습을 보여줄 경우 단기간에 다시 관객을 찾더라도 기시감을 줄일 수 있다"면서 "같은 얼굴이 스크린에 자주 보여 반가워하는 관객도 많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