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학생 양모(22)씨는 최근 평온하게 산책하다 하마터면 큰일 날 뻔 했다.

한양대 근처 인도를 거닐던 중 전동 킥보드가 뒤에서 빠른 속도로 다가와 양씨의 팔을 치고 갔기 때문이다.

양씨는 "자동차나 오토바이처럼 엔진음이 들리지 않았고, 크기도 작아 보지 못했다"며 "앞으로 인도를 걸을 때도 전동 킥보드 사고를 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씁쓸해했다.

#2. 40여년 운전 경력의 택시기사 표지훈(67)씨는 운전할 때 주의해야 할 것이 보행자, 오토바이, 자전거 외에도 하나 더 생겼다.

전동 킥보드가 오토바이도 다니기 힘든 좁은 공간을 전속력으로 비집고 들어오다 택시에서 내리는 손님과 충돌할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표씨는 "요즘 전동 킥보드만큼 무서운 게 없다"며 "가끔 대로변에서 자동차와 비슷한 속도로 질주하는 모습을 보면 내가 다 아찔할 정도"라고 말했다.

전동 킥보드가 오토바이나 승용차보다 빨리 달리는 모습이 최근 잇달아 포착돼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바지'란 아이디를 쓰는 누리꾼은 지난 12일 인터넷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올린 '자동차전용도로 달리는 킥보드'란 글에서 올림픽대로 맨 우측차선에서 다른 차와 비슷한 속도로 질주하는 전동 킥보드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공유하고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의 속도가 어림잡아 (시속) 60㎞는 넘어 보이는데 (킥보드가) 이와 비슷한 속도로 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해당 영상의 원제작자인 한문철 교통사고 전문변호사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예전에 올림픽대로를 타고 목동에서 동작대교 방향으로 가던 중에 옆 차선에서 비슷한 속도로 달리고 있는 킥보드의 모습이 충격적이어서 영상으로 남겼다"고 설명했다.

한 변호사는 "당시 나도 시속 60∼70㎞로 주행하고 있었다"며 "자동차가 빠르게 달릴 수 있도록 설계한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헬멧도 쓰지 않은 채) 달리는 모습이 위험천만해 보였다"라고 밝혔다.

지난 16일 부산 신천대로 사거리에서 전동 킥보드가 승용차와 추돌하는 등 사고도 늘고 있다.

이용자들이 공유 킥보드를 인도에 방치한 탓에 행인들이 부딪히는 일도 잦다.

전동 킥보드가 시속 25㎞를 넘겨 달리는 것은 불법이다.

자동차관리법에 따르면 전동 킥보드 등이 포함된 '퍼스널 모빌리티'는 최고 속도가 시속 25㎞ 미만인 이륜자동차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시속 25㎞가 넘어가는 이륜자동차와 달리 사용 신고 대상에서 제외되고 번호판을 받을 필요도 없다.

국가기술표준원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전동 킥보드 안전기준도 최고 속도가 시속 25㎞를 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도로나 인도를 넘나들며 고속으로 달리는 전동 킥보드 모습은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일부 전동 킥보드 판매 업체가 최고 60㎞까지 최고 속도를 높이기 때문이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전동 킥보드 매장을 운영하는 A씨는 "관련 법안에 따라 판매하는 제품 모두 최고 시속을 25㎞로 설정해 놨으나 고객이 원하면 매장에서 속도 제한을 바로 풀어준다"고 말했다.

경기도 전동 킥보드 매장에서 일하는 B씨는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법적 제한 속도대로 팔고 있다고 광고했으나 매장을 방문해 소정의 비용만 지불하면 요청하는 속도만큼 만들어 드린다"라며 "시속 40㎞ 정도로 해놓으면 달릴 때 답답한 기분은 들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튜브나 SNS상에서는 속도 제한을 푸는 방법을 공유하는 글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네이버 아이디 '퐁***'은 자신의 블로그에 전동 킥보드 속도 제한을 해제하는 방법을 공개하며 "배선 몇 개만 손보면 최고 (시속) 66㎞까지 달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 구매 대행 사이트에 올라온 중국산 킥보드는 노골적으로 최고 시속 65㎞까지 나온다고 홍보했다.

킥보드 속도 제한을 풀거나 규정 속도 이상으로 달려도 마땅한 처벌 근거가 없는 실정이다.

경찰청 교통기획과 관계자는 "사용 신고 대상에서 제외되는 전동 킥보드 특성상 (과속으로 인한) 처벌이 애매한 게 사실"이라며 "과속카메라에 찍히거나 시민 신고가 들어와도 번호판이 없기 때문에 과태료 부과가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불법 개조 역시 현재로서는 처벌이 힘들다"며 "(일반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차량 등록을 한 뒤 운행을 한다면 모를까, 킥보드 개조로 처벌한 사례는 거의 찾기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가기술표준원 관계자는 "제한 속도가 넘는 전동 킥보드를 팔고 있다는 소비자 신고를 받으면 조사 후에 리콜을 명령하고 있지만 해외 구매 대행의 경우에는 딱히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라며 "전동 킥보드가 전문 운송 수단이라면 자동차 관리법에 따라 처분할 수 있지만 생활용품에 포함되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규정에 어긋나는 전동 킥보드 구매 대행에 대해서는 규제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문철 변호사는 "전동 킥보드도 다른 운송 수단과 마찬가지로 사용 신고를 한 뒤에 번호판을 받아 탈 수 있도록 해야 이용자는 물론이고 운전자도 사고가 났을 때 보호받을 수 있다"며 "이럴 경우 책임 보험이나 손해 보험도 가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