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원 신임 IBK기업은행장이 지난 3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본점으로 출근하려 했지만 노조의 반대로 발길을 돌렸다. / 최혁 한경닷컴 기자=chokob@hankyung.com
윤종원 신임 IBK기업은행장이 지난 3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본점으로 출근하려 했지만 노조의 반대로 발길을 돌렸다. / 최혁 한경닷컴 기자=chokob@hankyung.com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공식 임기 19일 차인 21일에도 서울 을지로 본점에 출근하지 못했다. 기업은행 노조의 '낙하산 인사' 반대 출근 저지 투쟁도 19일째 이어졌다. 이날 열리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임원 선거가 기업은행 갈등의 향방을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 행장은 이날 오전 8시께 을지로 본점 대신 금융연수원에 마련된 임시 사무실로 출근했다. 별다른 일정 없이 내부 업무에 집중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조합원 1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본점 1층에서 출근 저지 투쟁 집회를 열었다.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청와대와 여당의 책임있는 사과를 거듭 요청한다"고 말했다.

노조의 상급 단체인 한국노총 신임 위원장 후보들이 첫 일정으로 22일 기업은행 출근 저지 투쟁에 참전하겠다는 뜻을 밝힘에 따라 기업은행 갈등은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에 '제1노총' 자리를 내준 한국노총이 투쟁 의지를 높일 경우 기업은행 갈등은 고조될 수 있다. 한국노총이 '강한 노조'를 원하는 조합원들의 요구를 앞세워 선명성 경쟁에 나서면 갈등은 설 연휴를 넘어 4·15 총선까지 이어질 수 있다.

반면 한국노총이 교섭력을 발휘해 청와대와 여당의 사과를 이끌어내면 갈등은 빠른 시일 내 해소될 수 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결속력을 높이기 위한 무리한 투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청와대와 여당의 책임 있는 사과가 먼저다. 교섭력을 높이기 위한 대책도 의논되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논란이 된 자회사 구조조정, 직무급제(직무별로 임금체계를 달리하는 제도) 도입과 관련해 기업은행 측은 "직원의 의사에 반해 추진할 계획은 없다"면서 "직원들에 대한 구조조정은 전혀 언급되거나 계획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윤 행장이 설 연휴 투쟁을 이어가는 노조 관계자들을 만나기 위해 을지로 본점을 찾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명절을 가족과 보내지 못하는 노조를 위로하면서 대화 물꼬를 틀 수 있기 때문이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