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하디착한 사람"…여러분 도움으로 무죄 판결, 감사합니다

"엄마, 아버지 무죄래요, 무죄"
20일 광주지법 순천지원 형사 316 법정에서 열린 여순사건 민간인 희생자 재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가 선고되자 고(故) 장환봉씨의 딸 장경자(75)씨는 어머니 진점순(97) 여사를 끌어안고 기뻐했다.

'일곱번 바뀐 강산'…72년만에 푼 여순사건 희생자 유족의 회한
1948년 11월 장씨는 반란군에게 협조했다는 이유로 체포된 지 22일 만에 사형을 당했지만, 가족들은 그의 죽음을 알지 못했다.

당시 26살이던 진씨는 집에 돌아오지 않은 남편을 찾기 위해 산으로 들로 수십일간 헤맸다.

3살이던 딸을 안고 철도 위에서 극단적인 선택까지 생각했던 진씨는 72년의 세월을 한으로, 눈물로 보냈다.

재판부는 이날 장씨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장환봉씨는 명예로운 철도 공무원으로 기록될 것이다.

70여년이 지나서야 잘못되었다고 선언하게 되었는데, 더 일찍 명예로움을 선언하지 못한 것에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무죄가 선고된 뒤 장씨는 밝은 표정으로 귀가 잘 들리지 않는 어머니의 손을 잡고 무죄 소식을 전했다.

어머니 진씨는 "착하디착한 사람이었어. 남편은 딸들에게 '어서 커라. 어서 커라'며 나중에 전주여중에 보내고 미국에도 유학 보내주겠다고 약속했던 사람"이라고 회고했다.

그는 이어 "이제 한을 풀게 돼 죽어도 여한이 없다"며 "많은 분이 도와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장씨는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노력했는데 여러분들의 도움으로 좋은 결과가 나와 기쁘고, 감사하다"며 "아버지의 무죄로 억울하게 돌아가신 모든 분이 무죄가 되고 하루빨리 특별법이 제정되고 역사가 올바로 세워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장환봉씨는 1948년 10월 국군이 순천을 탈환한 직후 반란군을 도왔다는 이유로 체포돼 22일 만에 군사법원에서 내란 및 국권 문란죄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고 곧바로 형이 집행됐다.

대법원은 당시 판결문에 구체적인 범죄사실과 증거 요지가 기재되지 않았고 순천 탈환 후 22일 만에 사형이 선고· 집행된 점 등을 이유로 장씨 등이 적법한 절차 없이 체포·구속됐다고 보고 지난해 3월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