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이상 환자가 81%…평상시 위험물질 노출 피하는 게 최선
4차 이상 항암치료에도 기대수명 1년 남짓…새 면역치료제에 희망 커져

다발골수종은 백혈병, 림프종과 함께 대표적인 혈액암으로 꼽힌다.

세균이나 바이러스와 싸울 수 있는 여러 면역단백을 만들고, 우리 몸을 감염에서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골수 내 '형질세포'(Plasma Cell)의 비정상적인 증식이 원인이다.

다발골수종이 생기면 '이상혈청단백'(M단백)을 생산하고 뼈를 약화시켜 고칼슘혈증, 신장 기능 저하, 빈혈 등 증상이 나타난다.

또 면역기능이 떨어지면서 중증 감염 등이 초래된다.

2016년 국가암등록통계 자료를 보면, 다발골수종은 국내 전체 암 발생의 0.6%를 차지한다.

발생률은 인구 10만명당 약 3명 정도다.

연령별로는 50∼60대가 49%, 70대가 32%로 대부분이다.

[명의에게 묻다] 재발·호전 거듭하는 '다발골수종'…4년새 환자 39%↑
◇ 다발골수종 4년 새 39% 증가…고령화·독성물질 노출 등 영향
다발골수종 환자는 최근 몇 년간 급격히 느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14년 5천566명이던 다발골수종 환자는 2018년 7천742명으로 39% 증가했다.

환자 수 증가의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고령화와 함께 독성물질 노출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질환은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진단이 늦기 쉽다.

또 중장년층 환자가 대다수이다 보니 통증이 생겨도 원인 감별이 어렵다.

진단은 엉덩이뼈에 바늘을 삽입해 골수를 채취하는 골수천자 및 생검에서 골수에 비정상적인 형질세포가 10% 이상 증가해 있고, 혈청 혹은 소변에서 발견된 단백들을 분리하는 전기영동검사에서 M-단백이 검출되면 확진한다.

일부 전기영동검사에서 검출되지 않는 경우에는 혈청 내 '유리경쇄'(FLC)의 농도와 비율 검사로 확인한다.

뼈의 융해 정도와 종양 크기, 침범 정도를 확인하기 위해 뼈 단순촬영,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촬영(MRI), 양전자 컴퓨터단층촬영(PET CT) 등의 영상 검사도 활용된다.

다발골수종 관련 증상으로는 칼슘이 정상치보다 높은 고칼슘혈증, 신부전, 빈혈, 뼈의 손상 등이 대표적이다.

고칼슘혈증의 경우 정상적으로 뼈를 만드는 세포의 성장을 방해하고 골 융해를 초래함으로써 뼈 안의 칼슘을 혈류로 과다하게 내보내 고칼슘혈증이라는 이상 증세를 일으킨다.

이로 인해 허약감, 피로감, 변비, 갈증, 오심과 구토, 식욕부진, 혼미 등의 증상이 동반하기도 한다.

하지만 예후가 양호해 즉시 항암치료를 시행하지 않고 경과 관찰만 하는 '무증상 다발성골수종'도 있다.

다발골수종 진단 후 병의 진행 정도는 병기(1∼3기)를 확인해 평가한다.

과거에는 혈액검사 중 '베타-2 마이크로글로블린'(β2 microglobulin)과 '알부민'(albumin) 수치로만 판단했지만, 최근에는 개정된 국제병기분류체계를 사용한다.

1기는 혈청 알부민(3.5 g/㎗ 이상)과 베타-2 마이크로글로블린(3.5 mg/㎗ 미만) 수치가 정상이면서 유전자 검사에서 표준 위험군이고, 젖산탈수소효소(LDH) 농도가 정상인 경우이다.

3기는 혈청 베타-2 마이크로글로블린(5.5㎎/㎗) 수치가 증가해 있으면서 분자세포유전학검사(형광제자리부합법, FISH 검사)에서 고위험군(17번 염색체의 짧은 부분 결실, 4번과 14번 염색체 자리 바뀜, 14번과 16번 염색체 자리 바뀜)이 있거나 젖산탈수소효소(LDH) 농도가 높아져 있는 경우다.

2기는 1기나 3기에 속하지 않는 그룹이다.

[명의에게 묻다] 재발·호전 거듭하는 '다발골수종'…4년새 환자 39%↑
◇ 대다수 환자가 재발·호전 반복…새 면역치료법에 기대 커져
다발골수종의 치료는 항암요법과 함께 증상을 완화하는 지지요법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보통 진단 후 1차 항암치료를 시작할 때는 자가조혈모세포 이식이 가능한지 여부를 먼저 고려한다.

이식대상군과 비이식대상군으로 구분해 치료에 접근하는데, 이때 가장 가장 중요한 판단 요인은 나이(70세 미만)다.

안타깝게도 대부분 환자는 1차 치료 후 일정 기간 반응을 유지한 다음 재발과 호전을 반복한다.

항암치료를 지속하더라도 더 이상 치료 효과가 없는 불응 상태에 빠지는 경우가 많고, 4차 이상 치료를 받은 환자들의 평균 기대 수명은 1년 남짓에 불과하다.

따라서 다발성골수종이 재발한 후 치료 약제를 선택할 때는 ▲ 이전 치료에 대한 반응 정도(6개월 이상 지나 재발하거나, 환자 상태가 안정적일 때는 동일한 치료제로 재치료를 시행해 볼 수 있다) ▲ 다발골수종의 생물학적 특성 ▲ 신부전과 당뇨병 등 동반 질환이나 신경병증 등 부작용 유무 ▲ 환자의 삶의 질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최근에는 치료에 대한 희망도 커지고 있다.

최근 개발된 면역치료제들이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고무적인 치료 성적을 보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다발성골수종 암세포의 BCMA(B세포 성숙화항원)를 표적으로 하는 '카티(CAR-T) 세포치료제'다.

이 치료제는 환자 혈액에 들어있는 면역세포인 T세포를 추출·편집해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만든 뒤 환자에 주입하는 방식이다.

또 이중항체와 항체약물집합체 등도 지금보다 훨씬 개선된 치료성적이 보고됐다.

다만, 아직은 소수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결과라는 건 한계로 지적된다.

그렇다고 해도 4차 이상의 치료에 실패한 환자들의 기대 수명이 3년 가까이 연장됐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이외에도 현재 개발 중인 HDAC 억제제, 베네토클락스(venetoclax) 등의 신약들이 다발골수종에 대한 치료 성적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이대로라면 다발골수종 환자들에게 완치요법을 제공할 수 있는 날도 머지않아 올 것으로 기대한다.

예방법으로는 발병 원인이 아직 불명확하기 때문에 위험요인을 피하는 게 최선책이다.

평소 생활 속에서 방사선이나 중금속 유기용제, 제초제, 살충제 등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게 권고된다.

[명의에게 묻다] 재발·호전 거듭하는 '다발골수종'…4년새 환자 39%↑
◇ 민창기 교수는 1989년 가톨릭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내과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로서 진료부원장과 의과대학 내과학 교실 혈액학과장을 맡고 있다.

다발골수종, 형질세포질환 및 조혈모세포이식 분야의 명의로 꼽힌다.

대한혈액학회 소속의 한국다발골수종연구회 운영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조혈모세포이식 분야에서 최근 5년간의 연구실적을 인정받아 2019년 제1회 대한조혈모세포이식학회 선도연구자상을 받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