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입양 미국인 유미 코트렐의 장편 '내가 당신의 평온을 깼다면'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입양된 헬렌에게는 피가 섞이진 않았으나 역시 한국에서 온 남동생이 있다.

동생은 한국을 다녀온 뒤 자신의 물건들을 이웃에 나눠주고 장기기증 심사를 받는 등 삶의 마지막을 준비한다.

그리고는 결국 스스로 길지 않았던 생을 마감한다.

동생은 인생이 아름다웠다는 내용의 글을 자신의 컴퓨터에 썼다가 지웠지만, 완전 삭제를 하지 않고 휴지통 폴더에 남겼다.

글에는 동생이 생물학적 엄마를 만나러 한국에 다녀왔다는 이야기가 들어 있었다.

동생은 한국에서 끝내 엄마를 만나지 않고 호텔에만 있다가 돌아왔다.

헬렌은 동생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둘러싼 의문을 풀고자 고민한다.

양부모는 동생을 사랑하고 아꼈다.

도대체 왜일까?
뉴욕에서 악착같이 살던 헬렌은 동생의 삶을 추적하려고 동생 방에서 잠을 자고 동생 지인에게 전화를 건다.

그러면서 생물학적 연관성도 없고 친숙하지도 않던 동생에 대해 조금씩 알아간다.

헬렌은 동생이 스스로 떠나야 했던 미스터리를 완전히 풀지는 못한다.

그러나 헬렌은 동생이 더 살아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음을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평온을 얻으려고 악을 쓰고 미친 듯 허우적대야 했던 자신의 투쟁이 오히려 평온 대신 불안을 가져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헬렌은 평온함에 대한 열망을 놓음으로써 동생의 세계를 만날 수 있었다.

미국에서 촉망받는 젊은 작가로 떠오른 패티 유미 코트렐의 첫 장편 소설 '내가 당신의 평온을 깼다면'(비채 펴냄)의 주요 내용이다.

자전적 성격의 소설이기도 하다.

코트렐도 한국으로 미국으로 입양됐고 남동생의 자살을 겪었기 때문이다.

이 남동생 역시 한국에서 태어나 입양됐다.

소설 속 헬렌은 코트렐의 분신처럼 보인다.

소설 제목은 헬렌이 자주 쓰는 말 ""에서 따왔다고 한다.

코트렐은 이 소설로 미국독립출판협회 금상, 화이팅어워드, 반스앤노블 디스커버상 등을 받았다.

1981년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 중서부 가정에 입양된 코트렐은 남동생 사망 소식을 듣고 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순식간에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다"고 했다.

이원경 옮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