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월여만 머리 맞댄 한미 외교수장, 3대 난제 간극 좁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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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남북협력·방위비…이해 폭 넓혔지만 가시적 진전은 아직
숨가쁜 '삼각외교전'…한미일 공조 복원하며 한일도 대화 끈 이어가 14일(현지시간) 미국의 서부 샌프란시스코 인근 팰로앨토에서는 한미일 외교장관 간에 숨 가쁜 삼각 외교전이 전개됐다.
한미일 외교장관은 북·미 간 긴장 고조로 한반도 상황이 엄중하고 미·이란 간 충돌 위기로 중동 정세가 복잡하게 돌아가는 가운데 3 자간, 양자 간 연쇄 회담을 갖고 해법 마련을 위한 공조에 머리를 맞댔다.
특히 이날 릴레이 회담 가운데 작년 3월말 이후 9개월여만에 열린 한미 외교장관 회담은 호르무즈 해협 파병과 대북 공조, 방위비 등 3대 난제가 얽혀있는 자리였던 만큼 구체적 논의의 향배가 주목돼 왔다.
한미는 이날 각각 50분씩 진행된 양자, 한미일 삼자 회담을 통해 현안을 꺼내놓고 각자의 입장을 충분히 설명하고 의견교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회담 후 한미 모두 보도자료에서 동맹 강화를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호르무즈와 대북 문제, 방위비 모두 사안의 성격상 한 번에 풀리기는 쉽지 않은 만큼 양측의 인식차가 일거에 해소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대북 돌파구 마련을 위한 남북관계 개선 문제는 우리 정부가, 호르무즈해협 파병 문제는 미국 정부가 상대에게 각각 입장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했을 문제이다.
남북협력 구상과 관련, 우리 정부는 개별관광은 대북제재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회견 발언을 비롯해 그 배경과 취지를 설명했으며 '예외인정을 받을 수 있는 사업' 등에 대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여러가지 의견을 나눴다고 강경화 외교장관이 전했다.
한국으로선 이를 통해 일각의 균열론 불식에 적극 나섰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측도 우리측의 의지와 희망사항에 대해 충분히 이해를 하는 상황이라고 강 장관은 밝혔다.
정부 당국자도 대북 제재 등을 둘러싼 한미간 엇박자 지적은 "동의하기 어렵다"며 "충돌 가능성은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이날 '공교롭게' 미 재무부는 대북제재를 단행했다.
노동자 불법 해외송출에 관여한 북한 회사와 중국 내 숙박시설을 제재한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도 전날 강연에서 대화 재개 의사를 재확인하면서도 비핵화 견인 수단으로서의 제재가 갖는 유효성을 재차 언급하며 협상·제재 병행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날 회담 후 미 국무부 보도자료에는 '긴밀한 대북 조율 지속'이라는 원론적 표현이 담겼고 남북협력 문제는 별도로 언급되지 않았다.
반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및 한국의 신남방정책 협력에 대한 약속 반복'이라는 국무부 보도자료 표현은 외교부 보도자료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호르무즈 문제와 관련해서는 폼페이오 장관이 '공동의 노력을 통한 호르무즈 해협이나 중동 정세 안정에 기여할 필요'를 내세워 원유 수입의 70%를 호르무즈 해협에 의존하는 한국을 향해 '큰 관심을 갖고 기여해야 하지 않느냐'며 사실상 파병을 압박했다.
이에 강 장관은 국제적 노력에 기여할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논의해 가겠다는 원론적 답변을 내놨다.
폼페이오 장관 입장에서는 미·이란 간 긴장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아시아 지역 내 대표적 동맹인 한·일이 '우리 편'이라는 점을 이번 회담을 통해 적극적으로 부각하길 희망했을 것으로 보인다.
'동맹 강화'를 명분으로 한 동맹국에 대한 압박인 셈이다.
앞서 지난 8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참석한 가운데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일 3자 고위급 안보 협의 도중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일 안보사령탑을 불러 한일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가장 강력한 동맹들이라고 언급한 것을 놓고도 호르무즈 문제 등을 둘러싼 우회적 압박 차원도 깔려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로서는 국민의 안전과 대이란 관계 등을 고려할 때 쉽사리 움직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날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는 양국간에 큰 입장차이를 보여온 방위비 분담금 문제도 테이블 위에 올려졌지만, 구체적으로 들어가기보다는 워싱턴DC에서 진행 중인 방위비 협상팀이 진전을 낼 수 있도록 독려해 나가자는 수준에서 의견교환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미가 난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머리를 맞대고 이해의 폭을 넓혔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어차피 이번 회담은 뾰족한 결론을 도출할 수 있는 자리는 아니었다는 게 외교가 안팎의 설명이다.
한일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던 지난해 8월 태국에서 열린 뒤 5개월 만에 열린 한미일 외교 장관회담도 당시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외교부가 공개한 한미일 외교 장관회담 사진에 세 사람의 웃는 얼굴이 담긴 것은 당시 폼페이오 장관을 가운데에 두고 양쪽에 선 한일 장관의 표정이 시종일관 굳어있던 것과는 대비되는 대목이다.
그만큼 이번 한미일 외교 장관회담에는 한일 갈등이 중대 고비는 넘긴 가운데 대북 대응 등에 대한 한미일간 삼각 협력·공조를 복원한 자리라는 상징적 의미도 담겨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일 외교 장관회담에서도 수출규제와 강제노역을 놓고 양측이 여전한 간극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지만 '호스트'인 강 장관이 회담장 앞에서 웃는 얼굴로 악수하며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을 맞는 등 양측이 관계 진전을 위해 대화의 끈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연합뉴스
숨가쁜 '삼각외교전'…한미일 공조 복원하며 한일도 대화 끈 이어가 14일(현지시간) 미국의 서부 샌프란시스코 인근 팰로앨토에서는 한미일 외교장관 간에 숨 가쁜 삼각 외교전이 전개됐다.
한미일 외교장관은 북·미 간 긴장 고조로 한반도 상황이 엄중하고 미·이란 간 충돌 위기로 중동 정세가 복잡하게 돌아가는 가운데 3 자간, 양자 간 연쇄 회담을 갖고 해법 마련을 위한 공조에 머리를 맞댔다.
특히 이날 릴레이 회담 가운데 작년 3월말 이후 9개월여만에 열린 한미 외교장관 회담은 호르무즈 해협 파병과 대북 공조, 방위비 등 3대 난제가 얽혀있는 자리였던 만큼 구체적 논의의 향배가 주목돼 왔다.
한미는 이날 각각 50분씩 진행된 양자, 한미일 삼자 회담을 통해 현안을 꺼내놓고 각자의 입장을 충분히 설명하고 의견교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회담 후 한미 모두 보도자료에서 동맹 강화를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호르무즈와 대북 문제, 방위비 모두 사안의 성격상 한 번에 풀리기는 쉽지 않은 만큼 양측의 인식차가 일거에 해소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대북 돌파구 마련을 위한 남북관계 개선 문제는 우리 정부가, 호르무즈해협 파병 문제는 미국 정부가 상대에게 각각 입장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했을 문제이다.
남북협력 구상과 관련, 우리 정부는 개별관광은 대북제재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회견 발언을 비롯해 그 배경과 취지를 설명했으며 '예외인정을 받을 수 있는 사업' 등에 대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여러가지 의견을 나눴다고 강경화 외교장관이 전했다.
한국으로선 이를 통해 일각의 균열론 불식에 적극 나섰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측도 우리측의 의지와 희망사항에 대해 충분히 이해를 하는 상황이라고 강 장관은 밝혔다.
정부 당국자도 대북 제재 등을 둘러싼 한미간 엇박자 지적은 "동의하기 어렵다"며 "충돌 가능성은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이날 '공교롭게' 미 재무부는 대북제재를 단행했다.
노동자 불법 해외송출에 관여한 북한 회사와 중국 내 숙박시설을 제재한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도 전날 강연에서 대화 재개 의사를 재확인하면서도 비핵화 견인 수단으로서의 제재가 갖는 유효성을 재차 언급하며 협상·제재 병행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날 회담 후 미 국무부 보도자료에는 '긴밀한 대북 조율 지속'이라는 원론적 표현이 담겼고 남북협력 문제는 별도로 언급되지 않았다.
반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및 한국의 신남방정책 협력에 대한 약속 반복'이라는 국무부 보도자료 표현은 외교부 보도자료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호르무즈 문제와 관련해서는 폼페이오 장관이 '공동의 노력을 통한 호르무즈 해협이나 중동 정세 안정에 기여할 필요'를 내세워 원유 수입의 70%를 호르무즈 해협에 의존하는 한국을 향해 '큰 관심을 갖고 기여해야 하지 않느냐'며 사실상 파병을 압박했다.
이에 강 장관은 국제적 노력에 기여할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논의해 가겠다는 원론적 답변을 내놨다.
폼페이오 장관 입장에서는 미·이란 간 긴장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아시아 지역 내 대표적 동맹인 한·일이 '우리 편'이라는 점을 이번 회담을 통해 적극적으로 부각하길 희망했을 것으로 보인다.
'동맹 강화'를 명분으로 한 동맹국에 대한 압박인 셈이다.
앞서 지난 8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참석한 가운데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일 3자 고위급 안보 협의 도중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일 안보사령탑을 불러 한일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가장 강력한 동맹들이라고 언급한 것을 놓고도 호르무즈 문제 등을 둘러싼 우회적 압박 차원도 깔려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로서는 국민의 안전과 대이란 관계 등을 고려할 때 쉽사리 움직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날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는 양국간에 큰 입장차이를 보여온 방위비 분담금 문제도 테이블 위에 올려졌지만, 구체적으로 들어가기보다는 워싱턴DC에서 진행 중인 방위비 협상팀이 진전을 낼 수 있도록 독려해 나가자는 수준에서 의견교환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미가 난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머리를 맞대고 이해의 폭을 넓혔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어차피 이번 회담은 뾰족한 결론을 도출할 수 있는 자리는 아니었다는 게 외교가 안팎의 설명이다.
한일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던 지난해 8월 태국에서 열린 뒤 5개월 만에 열린 한미일 외교 장관회담도 당시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외교부가 공개한 한미일 외교 장관회담 사진에 세 사람의 웃는 얼굴이 담긴 것은 당시 폼페이오 장관을 가운데에 두고 양쪽에 선 한일 장관의 표정이 시종일관 굳어있던 것과는 대비되는 대목이다.
그만큼 이번 한미일 외교 장관회담에는 한일 갈등이 중대 고비는 넘긴 가운데 대북 대응 등에 대한 한미일간 삼각 협력·공조를 복원한 자리라는 상징적 의미도 담겨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일 외교 장관회담에서도 수출규제와 강제노역을 놓고 양측이 여전한 간극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지만 '호스트'인 강 장관이 회담장 앞에서 웃는 얼굴로 악수하며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을 맞는 등 양측이 관계 진전을 위해 대화의 끈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