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출판가에 '나태주 바람' 거세진다
지난해 말부터 불기 시작한 출판가의 나태주 시인 시집 출간 바람이 새해 들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나 시인이 쓴 사랑 관련 시 116편에 스스로 묻고 대답하는 시집 《나는 사랑이라는 말을 이렇게 쓴다》(시인생각)를 시작으로 12월에만 신작 시집 《너와 함께라면 인생도 여행이다》(열림원), 아이들과 나누고 싶은 시를 모은 《저 여리고 부드러운 것이》(지식프레임), 나 시인의 시 90편과 한 청춘의 성장 일기를 담은 《당신이 오늘은 꽃이에요》(시공사) 등 세 권이 잇달아 출간됐다. 올 들어서는 필사시집 《너만 모르는 그리움》(북로그컴퍼니)과 딸에게 보내는 시 《너의 햇볕에 마음을 말린다》(홍성사), 자기 전에 읽을 만한 시를 묶은 《혼자서도 별인 너에게》(서울문화사)와 시선집 《풀꽃》(지혜) 등 네 권이 나왔다.

출판사들이 앞다퉈 나 시인의 시집을 출간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의 시집이 잘 팔리기 때문이다. 2015년 출간된 《꽃을 보듯 너를 본다》(지혜)가 TV드라마에 소개된 이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입소문을 타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시집은 지난해 영풍문고와 예스24 연간 종합 베스트 8위에 올랐다.

최근 출간된 시집들도 독자의 호응을 얻고 있다. 교보문고 1월 첫째주 시·에세이 부문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꽃을 보듯 너를 본다》가 1위, 《너와 함께라면 인생도 여행이다》가 2위, 《가장 예쁜 생각을 너에게 주고 싶다》가 3위를 차지하는 등 나 시인의 시집이 상위권을 석권했다. 지난달 12일 출간된 《너와 함께라면 인생도 여행이다》는 초판 8000부를 시작으로 5000부씩 5~6번 더 찍어 한 달 만에 약 3만~4만 부 팔린 것으로 전해졌다. 김현정 교보문고 브랜드관리팀 베스트셀러 담당은 “나 시인의 시는 요새 현대시처럼 어렵지 않고 감성을 자극하는 명언 같은 느낌 때문에 독자들이 직접 읽거나 선물용으로 꾸준히 찾는다”고 말했다.

스스로 ‘마이너 시인’을 자처하며 중소 문학출판사들과 꾸준히 출간 계약을 해온 나 시인의 소신도 최근 열풍에 큰 역할을 했다. 나 시인은 15일 “이른바 문학 메이저들은 보통 ‘우리하고 계약한 책에 있는 시는 다른 데 줄 수 없다’는 식으로 배타적인 요구를 하기도 한다”며 “나는 지금까지 이런 계약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중소 출판사들이 각자 콘셉트를 제시해 출간을 요구하면 허락해주는 방식으로 시집을 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엔 동시집이나 여행, 종교 관련 책까지 써달라는 요청도 들어왔다는데 이는 나와 맞지 않아 거절했다”고 말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