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차 운전기사·주민 "여전히 위험…근본 대책 마련해야"
공포의 내리막길로 불리는 부산 신모라교차로에서 또 교통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14일 오전 11시께 부산 사상구 모라동 신모라교차로에서 A(62) 씨가 운전하던 레미콘이 교각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A 씨가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경찰에 따르면 레미콘 차량은 백양터널에서 교차로 방향으로 내리막길 주행 중 교각을 들이받았다.
경찰은 운전자가 사망했고 폐쇄회로(CC)TV가 사고 장면을 제한적으로 비추고 있어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단정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기존 신모라교차로에서 자주 일어나던 형태의 교통사고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사고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고 목격자 김호성 씨는 "교차로에서 전방을 주시하기 위해 10시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는 데 왼쪽에서 레미콘이 경적을 울리면서 빠르게 다가왔다"며 "그 순간 급브레이크를 밟았고, 레미콘 운전기사가 충돌 직전 방향을 틀어 교각을 들이받았다"고 말했다.
백양터널 요금소에서 신모라 교차로까지 구간은 잦은 사고로 '마의 구간'으로 불린다.
경사도 16∼17%에 이르는 급격한 내리막길로 대형 차량이 속도를 줄이지 못하거나 브레이크 파열로 교통사고가 빈발하기 때문이다.
화물차 운전자들은 부주의로 브레이크를 조금만 늦게 밟으면 차량이 밀리거나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는 등 사고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경찰 관계자는 "화물차는 승용차와 달리 브레이크 패드가 공기 유압식이기 때문에 브레이크를 장시간 작동하면 압력과 마찰력이 감소한다"며 "내리막길 끝 지점에서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아 제동력을 상실하는 사례가 잦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사고 현장에도 사고 위험을 알리는 경적은 있었지만, 급제동으로 인한 타이어 자국인 스키드마크는 나타나지 않았다.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4년∼2019년) 신모라교차로 일대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모두 27건에 달한다.
이 중 대형 화물차 교통사고는 이번 사고까지 합쳐 모두 8번에 달한다.
지난해 3월에는 화물차량이 통학 차량을 들이받아 중학생 3명이 부상하기도 했다.
통학차량 사고 이후 부산경찰청, 사상경찰서, 부산시, 사상구청,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안전공단 등 유관기관들이 대책 마련에 나서 1억원 상당을 들여 교통안전 시설물을 강화했다.
과속단속 카메라를 추가하고 LED 입간판 및 주의표지, 충격흡수 시설 등을 설치하고 미끄럼방지 포장도 했다.
앞서 2017년에도 교통안전 시범도시 사업 1단계 구간으로 선정, 7억4천800만원을 투입해 가드펜스, 긴급제동 시설, 충격 흡수시설 등을 설치하기도 했다.
하지만 운전자와 주민들은 여전히 이곳이 교통사고 위험지역이라고 말한다.
민중당 북사상강서구위원회가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화물차 운전자 47명과 모라동 주민 273명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 화물차 운전자 91.5%와 주민 96.7%는 '여전히 위험하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중당 북사상강서구위원회 관계자는 "20년 동안 마을을 관통하는 도로에서 대형사고가 빈번히 일어나 관련 기관에서 대책을 요구했지만, 나아지는 것이 없다"며 "화물노동자와 주민 대부분이 위험하다고 느끼는 공포의 내리막길에 대해서 제한속도를 낮추는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