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7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임명하면서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당부했지만 정작 여권은 전방위 수사방해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이 한미정상회담 기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택을 압수수색한 것에 대해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대통령이 한반도의 운명을 다루는 한미정상회담을 진행하고 있으니 검찰에 수사를 해도 조용히 하라고 다양한 방식으로 전달했다"고 고백했다.

조 전 장관은 법무부 장관 신분임에도 자신의 자택 압수수색을 나온 검사와 통화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은 해당 사실을 인정하며 "제 처가 상태가 안 좋으니까 차분히 해달라고 부탁드렸다"면서 "외압은 없었지만, 후회 한다"고 했다.

조 전 장관은 퇴임하기 직전 수사가 끝나도 검찰이 범죄 피의사실을 공개하는 것을 막는 내용이 담긴 수사 규칙 제정안에 서명했다. 이 수사 규칙 제정안의 1호 수혜자는 사실상 조 전 장관과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달 3일 하명수사 의혹과 관련해 "검찰은 12월 1일부터 피의사실과 수사 상황 공개를 금지하는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 제도가 시행되고 있음을 명심해 주시기 바란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은 대검찰청이 공개소환을 전면 폐지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포토라인에 서지 않고 출석한 첫 번째 사례가 되기도 했다.

조 전 장관 후임인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취임 닷새만인 8일 윤 총장의 핵심 측근을 전원 좌천시키는 인사를 윤 총장 의견도 듣지 않고 전격 단행했다. 10일에는 검찰이 특별수사본부를 신설할 때는 장관의 사전 승인 받으라는 특별 지시를 내렸다. 사실상 검찰이 정권을 직접 수사할 길을 막은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또 법무부는 이르면 이번 주 검찰의 직접수사 부서를 대폭 축소하는 내용의 '검찰 직제 개편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일에는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과 관련해 청와대 압수수색에 나섰다가 8시간 대치 끝에 빈손으로 돌아왔다.

청와대는 12일 "위법한 압수수색"이라고 검찰을 비판했다. 검찰은 "박근혜 청와대 국정 농단 수사 때도 같은 방법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고 반박했다.

청와대는 국가보안시설에 해당해 강제 압수수색은 불가능하다. 역대 청와대는 압수수색 영장을 들고 온 검찰 수사 인력을 청와대 경내로 들이지 않는 대신, 검찰이 요구한 자료를 청와대 바깥으로 갖고 나와 넘겨주는 방식으로 협조해 왔다.

박근혜 대통령 당시에도 청와대가 자료 제출은 했다. 하지만 문재인 청와대는 압수수색 영장 자체를 문제 삼으며 자료 제출마저도 거부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검찰 수사에 사사건건 문제를 제기해왔다. 검찰이 조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검찰이 망신 주기식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오기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한편 윤석열 검찰총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 중 어느 정부가 그나마 중립적입니까?'라는 질의에 "이명박 정부 때 중수부 과장으로, 특수부장으로 3년간 특별수사를 했는데, 대통령 측근과 형 이런 분들을 구속할 때 별 관여가 없었던 것으로 쿨하게 처리했던 기억이 난다"고 답한 바 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