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인 한글 우수성' 확인 보람…현지인 한글교사 양성해야"

"한류 덕택에 현지인들에게 한글을 쉽게 가르치고 있어요"
인도네시아 부톤섬에서 소수부족어 찌아찌아어를 한글교재로 가르치고 있는 정덕영(58)씨는 13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2010년 3월 처음 찌아찌아족 마을에 왔을 때 이미 TV 드라마'대장금'과 K-팝을 알고 있는 현지인들이 많아 한글공부를 시키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다.

인구 7만명인 찌아찌아족은 공용어로 인도네시아를 쓰며 고유 언어를 갖고 있지만, 이를 정확히 표기할 문자가 없었다.

그러다 2008년 부족 표기법으로 한글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부족어로 대화를 나누지만 이를 적는 문자로 한글을 쓰는 것이다.

다양한 말소리를 표기할 수 있고 익히기 쉽다는 점에서 한글이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찌아찌아족 한글교사 정덕영 "한류 덕에 한글 쉽게 가르쳐요"
정씨는 2010년 3월 찌아찌아족을 가르칠 훈민정음학회 교사로 처음으로 부톤섬에 파견됐다.

그런데 정씨는 2010년 12월 재정·행정적인 문제로 귀국해야 했고, 2012월 1월 부톤섬에 세종학당이 설치돼 다시 갔지만 역시 재정적 문제 등으로 7개월 만에 철수했다.

결국 2014년 3월 정씨의 지인과 동창을 주축으로 '한국찌아찌아문화교류협회'를 창립해 같은 해 4월 다시 부톤섬으로 돌아와 현재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는 찌아찌아족에 오기 전에는 평범한 제약회사 회사원으로 20년간 근무하다 퇴직 후 외국인 근로자와 다문화가정에 한글과 한국어를 가르쳤다.

정씨는 2006년 7월 KBS '우리말겨루기'에 출전해 우승할 정도로 실력을 갖췄고, 고려대에서 한국어 교육 석사학위를 받기도 했다.

현재 바우바우시 부기두아국립초등학교·까르야바루국립초등학교 등 초등학교 3곳, 바우바우시 제2국립고교 등 고교 2곳, 보육원 1곳에서 400여명의 학생들에게 한글을 가르치고 있다.

7년여 동안 찌아찌아족 1천여명이 한글을, 또 다른 1천여명이 한국어를 그로부터 각각 배웠다.

그는 "찌아찌아족 어린이들에게 한글공부를 시켜보니 의외로 재미있어 하고 빨리 이해해 놀랐다"며 "과학적인 한글의 우수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활짝 웃었다.

찌아찌아족 한글교사 정덕영 "한류 덕에 한글 쉽게 가르쳐요"
찌아찌아족 한글교사 정덕영 "한류 덕에 한글 쉽게 가르쳐요"
현지에서 한글교육을 하는 데에도 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정 씨가 현재 무엇보다 가장 바라는 것은 현지인 한글교사를 양성하는 것이다.

그는 "한국인 교사가 언제까지 찌아찌아족에게 한글을 직접 가르치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며 "한글 교육의 맥이 끊기는 것을 막기 위해 현지인을 상대로 교수법을 제대로 교육시켜 교사로 양성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찌아찌아족 한글교사 정덕영 "한류 덕에 한글 쉽게 가르쳐요"
'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