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in제주] 대기업들 '황금알 낳는 거위, 제주 물 자원을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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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암수 국내시판 오리온과 갈등·한진은 10년 넘게 제주도와 신경전
'제주 청정 이미지를 잡아라.'
국내 생수 및 음료 시장에서 '제주 물 자원' 선점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생수 및 음료 시장에서 제주 자원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됐다.
제주 청정 지하수를 활용한 제주도개발공사의 삼다수가 국내 생수 시장 1위를 장기간 고수하고 있다.
생수 및 음료 시장에 진출한 대기업들은 소송까지 감수하고 제주 청정 이미지 확보에 나서고 있다.
오리온은 최근 제주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제주 용암수의 국내 시판을 강행하고 있다.
이에 제주도는 용암수의 원료인 제주 용암해수 공급 제한 카드까지 꺼내 들 태세다.
'제주 물 전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제주도가 지하수를 취수해 판매에 이용하기 시작한 1998년부터 서서히 갈등의 씨앗이 싹트기 시작했다.
그간 대기업인 농심이 기나긴 소송전을 해왔고 제주퓨어워터를 항공기 내에 공급하는 한진과는 10년 넘게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 용암해수 혈전
원희룡 제주지사는 지난 3일 오리온의 제주용암수 국내 판매 불가 입장을 재차 밝혔다.
원 지사는 "(오리온이) 국내 판매를 기정사실로 밀고 갈 경우 일주일 단위로 오리온에 공급하고 있는 시제품 생산용 제주산 용암해수를 끊겠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오리온과 정식 용수 공급계약을 체결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또 보존자원인 제주 용암해수를 보호하기 위해 국내 판매를 허락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반면 오리온은 중국 수출을 위해서 국내 판매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오리온은 제주도가 산업 육성을 위해 용암해수 단지를 조성해 기업을 입주하도록 해 놓고 정작 제품을 개발해 판매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맞서고 있다.
오리온은 2016년 제주 토착 기업인 '제주용암수' 지분을 인수한 후 1천200억원을 투자해 공장을 설립했다.
이후 생수 사업을 추진해 왔고 지난해 12월 국내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다.
도는 물을 공공자원으로 관리해 지하수 개발을 공기업인 제주도개발공사에만 허가하고 있다.
다만 용암해수의 경우 제주특별법에 따라 제주도지사가 지정하는 제주용암해수단지 등에서는 용암해수의 제조와 판매가 가능하다.
화산섬인 제주 자원 중 하나인 용암해수는 바닷물이 화산암반층에 의해 자연 여과돼 땅속으로 스며든 물이다.
오리온은 현재 제주용암해수단지를 관리하는 제주테크노파크로부터 임시로 사용 허가를 받아 하루 300∼350t의 제주 용암수를 생산할 수 있는 1천t의 용암해수를 공급받고 있다.
오리온 측은 도가 용암해수를 추가로 공급하지 않는다면 편의점 등 매장 판매가 불가능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제주도와 오리온의 '물 갈등'에는 제주도개발공사가 생산해 판매하는 제주삼다수의 독점적 시장 지위를 유지하려는 도의 바람이 숨겨져 있다는 분석이다.
오리온이 비록 제주 지하수가 아닌 용암해수를 이용한 음료를 출시했으나 제주 청정 브랜드를 이용해 생수 시장에서 삼다수와 경쟁하는 것으로 소비자들에게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리온 용암해수가 제주삼다수와 경쟁할 경우 일각에서는 지방공사인 제주도개발공사의 판매량에도 지장을 줄 수 있으며 무분별한 자원 개발 경쟁도 불거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 물 자원 확보 전쟁 역사
제주 물 자원을 놓고 벌어진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도개발공사가 20여년 전인 1998년 제주 지하수를 취수해 처음 삼다수 생산에 들어가면서부터 서서히 갈등이 시작됐다.
제주도특별법상 '공기업의 경우 지하수의 적정한 보전·관리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지하수 개발·이용을 허가할 수 있다'는 특례 조항에 따라 도개발공사의 지하수 개발이 가능해졌다.
제주삼다수는 농심이 1998년부터 14년 넘게 국내 유통 및 판매를 담당하면서 점차 시장 점유율을 높여갔고 생수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다.
그러나 제주도는 2011년 12월 농심의 삼다수 판매권 독점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자 조례를 개정해 기존 수의계약 방식을 일반입찰로 바꿨다.
개정 조례는 도개발공사가 생산하는 제품의 판매사업자를 일반입찰 방식으로 선정하도록 하고, 부칙으로 농심의 삼다수 판매사업자 지위를 2012년 3월 14일까지만 인정하도록 했다.
이에 농심이 반발해 2012년 1월 개정 조례 무효소송을 제기했고 파기환송심까지 가는 4년간의 소송 끝에 농심이 소송을 취하해 제주도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현재 삼다수의 유통 및 판매사업자로 광동제약이 담당하고 있다.
한진그룹도 제주 물 자원을 놓고 기나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한진그룹은 계열사인 한국공항이 소유한 제주 지하수 관정을 이용해 지하수를 취수하고 생수 제품을 제조하고 있다.
한진그룹은 제주 지하수의 이용에 대해 지방공기업에만 독점권을 준 1998년 제주특별법 시행 이전인 1993년에 지하수 취수 및 이용 허가를 받았다.
1998년 제주특별법 시행 이전에 부여받은 권한 때문에 한진그룹은 유일하게 제주 지하수를 취수해 생수로 제조할 수 있는 민간기업이 됐다.
다만 한진그룹의 생수는 기내에만 한정해 제공해 왔다.
그러던 것을 한징은 2008년에 생수를 국내 시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제주도의 반대로 한진의 생수 국내 시판은 좌절됐고 기내 서비스와 한진그룹 호텔 등 각 계열사에만 한진 생수인 '제주퓨어워터'를 공급하고 있다.
제주도와 한진그룹과 또 다른 갈등으로 지하수 취수량 증산 문제가 있다.
도는 1993년 제주도개발특별법에 따라 1일 202t의 지하수 취수를 허가했으나 1996년에는 1일 100t으로 감량해 현재까지 취수량을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한진그룹은 항공 수요 증가 등으로 먹는 샘물 물량이 부족하다며 2011년부터 현재까지 5차례에 걸쳐 증산 요구를 해왔다.
그러나 시민사회단체 반발과 제주도의회의 벽에 부딪혀 무산됐다.
현재도 한진그룹은 도를 대상으로 지하수 취수 증산 제한 정책에 대해 행정소송을 진행하며 제주 지하수 취수량 증산을 추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생수 및 음료 시장에서 '제주 물 자원' 선점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생수 및 음료 시장에서 제주 자원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됐다.
제주 청정 지하수를 활용한 제주도개발공사의 삼다수가 국내 생수 시장 1위를 장기간 고수하고 있다.
생수 및 음료 시장에 진출한 대기업들은 소송까지 감수하고 제주 청정 이미지 확보에 나서고 있다.
오리온은 최근 제주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제주 용암수의 국내 시판을 강행하고 있다.
이에 제주도는 용암수의 원료인 제주 용암해수 공급 제한 카드까지 꺼내 들 태세다.
'제주 물 전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제주도가 지하수를 취수해 판매에 이용하기 시작한 1998년부터 서서히 갈등의 씨앗이 싹트기 시작했다.
그간 대기업인 농심이 기나긴 소송전을 해왔고 제주퓨어워터를 항공기 내에 공급하는 한진과는 10년 넘게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 용암해수 혈전
원희룡 제주지사는 지난 3일 오리온의 제주용암수 국내 판매 불가 입장을 재차 밝혔다.
원 지사는 "(오리온이) 국내 판매를 기정사실로 밀고 갈 경우 일주일 단위로 오리온에 공급하고 있는 시제품 생산용 제주산 용암해수를 끊겠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오리온과 정식 용수 공급계약을 체결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또 보존자원인 제주 용암해수를 보호하기 위해 국내 판매를 허락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반면 오리온은 중국 수출을 위해서 국내 판매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오리온은 제주도가 산업 육성을 위해 용암해수 단지를 조성해 기업을 입주하도록 해 놓고 정작 제품을 개발해 판매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맞서고 있다.
오리온은 2016년 제주 토착 기업인 '제주용암수' 지분을 인수한 후 1천200억원을 투자해 공장을 설립했다.
이후 생수 사업을 추진해 왔고 지난해 12월 국내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다.
도는 물을 공공자원으로 관리해 지하수 개발을 공기업인 제주도개발공사에만 허가하고 있다.
다만 용암해수의 경우 제주특별법에 따라 제주도지사가 지정하는 제주용암해수단지 등에서는 용암해수의 제조와 판매가 가능하다.
화산섬인 제주 자원 중 하나인 용암해수는 바닷물이 화산암반층에 의해 자연 여과돼 땅속으로 스며든 물이다.
오리온은 현재 제주용암해수단지를 관리하는 제주테크노파크로부터 임시로 사용 허가를 받아 하루 300∼350t의 제주 용암수를 생산할 수 있는 1천t의 용암해수를 공급받고 있다.
오리온 측은 도가 용암해수를 추가로 공급하지 않는다면 편의점 등 매장 판매가 불가능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제주도와 오리온의 '물 갈등'에는 제주도개발공사가 생산해 판매하는 제주삼다수의 독점적 시장 지위를 유지하려는 도의 바람이 숨겨져 있다는 분석이다.
오리온이 비록 제주 지하수가 아닌 용암해수를 이용한 음료를 출시했으나 제주 청정 브랜드를 이용해 생수 시장에서 삼다수와 경쟁하는 것으로 소비자들에게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리온 용암해수가 제주삼다수와 경쟁할 경우 일각에서는 지방공사인 제주도개발공사의 판매량에도 지장을 줄 수 있으며 무분별한 자원 개발 경쟁도 불거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 물 자원 확보 전쟁 역사
제주 물 자원을 놓고 벌어진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도개발공사가 20여년 전인 1998년 제주 지하수를 취수해 처음 삼다수 생산에 들어가면서부터 서서히 갈등이 시작됐다.
제주도특별법상 '공기업의 경우 지하수의 적정한 보전·관리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지하수 개발·이용을 허가할 수 있다'는 특례 조항에 따라 도개발공사의 지하수 개발이 가능해졌다.
제주삼다수는 농심이 1998년부터 14년 넘게 국내 유통 및 판매를 담당하면서 점차 시장 점유율을 높여갔고 생수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다.
그러나 제주도는 2011년 12월 농심의 삼다수 판매권 독점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자 조례를 개정해 기존 수의계약 방식을 일반입찰로 바꿨다.
개정 조례는 도개발공사가 생산하는 제품의 판매사업자를 일반입찰 방식으로 선정하도록 하고, 부칙으로 농심의 삼다수 판매사업자 지위를 2012년 3월 14일까지만 인정하도록 했다.
이에 농심이 반발해 2012년 1월 개정 조례 무효소송을 제기했고 파기환송심까지 가는 4년간의 소송 끝에 농심이 소송을 취하해 제주도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현재 삼다수의 유통 및 판매사업자로 광동제약이 담당하고 있다.
한진그룹도 제주 물 자원을 놓고 기나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한진그룹은 계열사인 한국공항이 소유한 제주 지하수 관정을 이용해 지하수를 취수하고 생수 제품을 제조하고 있다.
한진그룹은 제주 지하수의 이용에 대해 지방공기업에만 독점권을 준 1998년 제주특별법 시행 이전인 1993년에 지하수 취수 및 이용 허가를 받았다.
1998년 제주특별법 시행 이전에 부여받은 권한 때문에 한진그룹은 유일하게 제주 지하수를 취수해 생수로 제조할 수 있는 민간기업이 됐다.
다만 한진그룹의 생수는 기내에만 한정해 제공해 왔다.
그러던 것을 한징은 2008년에 생수를 국내 시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제주도의 반대로 한진의 생수 국내 시판은 좌절됐고 기내 서비스와 한진그룹 호텔 등 각 계열사에만 한진 생수인 '제주퓨어워터'를 공급하고 있다.
제주도와 한진그룹과 또 다른 갈등으로 지하수 취수량 증산 문제가 있다.
도는 1993년 제주도개발특별법에 따라 1일 202t의 지하수 취수를 허가했으나 1996년에는 1일 100t으로 감량해 현재까지 취수량을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한진그룹은 항공 수요 증가 등으로 먹는 샘물 물량이 부족하다며 2011년부터 현재까지 5차례에 걸쳐 증산 요구를 해왔다.
그러나 시민사회단체 반발과 제주도의회의 벽에 부딪혀 무산됐다.
현재도 한진그룹은 도를 대상으로 지하수 취수 증산 제한 정책에 대해 행정소송을 진행하며 제주 지하수 취수량 증산을 추진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