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정교하고 화려한 불교예술 정수를 보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국립익산박물관 첫 특별전 '사리장엄, 탑 속 또 하나의 세계'
불교에서 탑은 경배 대상이다.
인도에서는 부처를 형상화한 미술품보다 탑을 더 중시했다고 한다.
탑 안에 모신 '사리' 때문이다.
사리는 '몸'을 의미하는 산스크리트어 단어 '사리라'를 음역한 말이다.
보통 부처나 고승을 화장하고 수습한 뼛조각과 재를 지칭한다.
사리를 탑에 넣기 위해 장식한 도구를 '사리장엄구'(舍利莊嚴具)라고 부른다.
10일 개관한 국립익산박물관이 첫 특별전 주제로 불교예술 정수인 '사리장엄'을 택했다.
'탑 속 또 하나의 세계'가 부제인 전시는 3월 29일까지 국보로 지정된 부여 왕흥사지 출토 사리기, 보물 제1925호 이성계 발원 사리장엄구 일괄 등 사리장엄 15구를 선보인다.
익산박물관 대표 문화재는 보물로 지정된 미륵사지 석탑 사리장엄구다.
백제 무왕(재위 600∼641) 대에 지은 현존 최고(最古)·최대(最大) 석탑인 미륵사지 석탑 한가운데 심주석(心柱石)에서는 지난 2009년 사리장엄구가 나왔다.
사리장엄구는 금동으로 만든 바깥 용기인 외호(外壺), 금으로 제작한 안쪽 용기 내호(內壺), 각종 구슬과 공양품을 담은 청동 그릇 6점으로 구성됐다.
특히 주목받은 유물은 금제 사리봉영기였다.
얇은 금판 앞면과 뒷면에 193자를 새겼는데, 639년 좌평(佐平) 사택적덕(沙宅積德)의 딸인 백제 왕후가 절을 창건했다고 기록됐다.
그동안 '서동요' 주인공 선화공주가 미륵사를 세웠다고 믿었던 사람들은 사리봉영기로 인해 혼란에 빠졌다.
박물관 학예직 사이에서 사리장엄구는 전시로 다루기 힘든 유물로 꼽힌다.
화려하고 정교하지만, 워낙 약하고 작아서다.
익산박물관은 개관을 맞아 각지에 있는 사리장엄구들을 한데 모았다.
류승진 국립익산박물관 학예연구사는 보물 제325호 '칠곡 송림사 오층전탑 출토 사리장엄구'에 대해 "사방이 뚫린 정자 형태 사리장엄구로 매우 화려하다"며 "얇은 금판을 꽃잎 모양으로 잘라 이어 붙인 정자와 그 안의 작은 유리잔에 7∼8세기 신라를 둘러싼 국제 정세를 파악할 단서들이 있다"고 강조했다.
류 연구사는 "중국 둔황석굴 벽화 중에 석가모니 관을 운반하는 상여가 있는데, 그 모습이 송림사 사리장엄구와 유사하다"며 "일본 쇼소인(正倉院)에도 유사한 유물이 있는 유리잔은 페르시아에서 제작돼 한반도에 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시장에는 부여 장하리 삼층석탑 사리장엄구, 영암 월출산 용암사지 삼층석탑 사리장엄구, 남양주 수종사 팔각오층석탑 출토 부처와 보살상, 개성 남계원지 칠층석탑 출토 묘법연화경, 합천 해인사 출토 소탑, 경주 황룡사 구층목탑지 출토 사리장엄구 등도 나왔다.
국립경주박물관에 있는 경주 감은사지 서삼층석탑 사리외함과 국립중앙박물관이 보유한 감은사지 동삼층석탑 사리외함은 중앙박물관 용산 이전 개관 이후 처음으로 나란히 진열했다.
광주 서오층석탑에서 수습한 진신사리 30여과도 선보였다.
전시 설명문도 인상적이다.
유물에 대한 일반적 해설 아래에 연구사가 제시한 '감상 포인트'를 적었다.
예컨대 "유리잔 안에 놓인 목이 긴 유리병을 놓치지 말고 찾아보세요", "보살의 보관 장식에서 떡방아를 찧는 달 토기와 다리 셋 달린 까마귀를 찾으셨나요"라고 질문을 던지는 식이다.
류 연구사는 "사리장엄은 워낙 작아서 관람객이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요소들이 많다"며 "좋은 유물을 감상하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인도에서는 부처를 형상화한 미술품보다 탑을 더 중시했다고 한다.
탑 안에 모신 '사리' 때문이다.
사리는 '몸'을 의미하는 산스크리트어 단어 '사리라'를 음역한 말이다.
보통 부처나 고승을 화장하고 수습한 뼛조각과 재를 지칭한다.
사리를 탑에 넣기 위해 장식한 도구를 '사리장엄구'(舍利莊嚴具)라고 부른다.
10일 개관한 국립익산박물관이 첫 특별전 주제로 불교예술 정수인 '사리장엄'을 택했다.
'탑 속 또 하나의 세계'가 부제인 전시는 3월 29일까지 국보로 지정된 부여 왕흥사지 출토 사리기, 보물 제1925호 이성계 발원 사리장엄구 일괄 등 사리장엄 15구를 선보인다.
익산박물관 대표 문화재는 보물로 지정된 미륵사지 석탑 사리장엄구다.
백제 무왕(재위 600∼641) 대에 지은 현존 최고(最古)·최대(最大) 석탑인 미륵사지 석탑 한가운데 심주석(心柱石)에서는 지난 2009년 사리장엄구가 나왔다.
사리장엄구는 금동으로 만든 바깥 용기인 외호(外壺), 금으로 제작한 안쪽 용기 내호(內壺), 각종 구슬과 공양품을 담은 청동 그릇 6점으로 구성됐다.
특히 주목받은 유물은 금제 사리봉영기였다.
얇은 금판 앞면과 뒷면에 193자를 새겼는데, 639년 좌평(佐平) 사택적덕(沙宅積德)의 딸인 백제 왕후가 절을 창건했다고 기록됐다.
그동안 '서동요' 주인공 선화공주가 미륵사를 세웠다고 믿었던 사람들은 사리봉영기로 인해 혼란에 빠졌다.
박물관 학예직 사이에서 사리장엄구는 전시로 다루기 힘든 유물로 꼽힌다.
화려하고 정교하지만, 워낙 약하고 작아서다.
익산박물관은 개관을 맞아 각지에 있는 사리장엄구들을 한데 모았다.
류승진 국립익산박물관 학예연구사는 보물 제325호 '칠곡 송림사 오층전탑 출토 사리장엄구'에 대해 "사방이 뚫린 정자 형태 사리장엄구로 매우 화려하다"며 "얇은 금판을 꽃잎 모양으로 잘라 이어 붙인 정자와 그 안의 작은 유리잔에 7∼8세기 신라를 둘러싼 국제 정세를 파악할 단서들이 있다"고 강조했다.
류 연구사는 "중국 둔황석굴 벽화 중에 석가모니 관을 운반하는 상여가 있는데, 그 모습이 송림사 사리장엄구와 유사하다"며 "일본 쇼소인(正倉院)에도 유사한 유물이 있는 유리잔은 페르시아에서 제작돼 한반도에 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시장에는 부여 장하리 삼층석탑 사리장엄구, 영암 월출산 용암사지 삼층석탑 사리장엄구, 남양주 수종사 팔각오층석탑 출토 부처와 보살상, 개성 남계원지 칠층석탑 출토 묘법연화경, 합천 해인사 출토 소탑, 경주 황룡사 구층목탑지 출토 사리장엄구 등도 나왔다.
국립경주박물관에 있는 경주 감은사지 서삼층석탑 사리외함과 국립중앙박물관이 보유한 감은사지 동삼층석탑 사리외함은 중앙박물관 용산 이전 개관 이후 처음으로 나란히 진열했다.
광주 서오층석탑에서 수습한 진신사리 30여과도 선보였다.
전시 설명문도 인상적이다.
유물에 대한 일반적 해설 아래에 연구사가 제시한 '감상 포인트'를 적었다.
예컨대 "유리잔 안에 놓인 목이 긴 유리병을 놓치지 말고 찾아보세요", "보살의 보관 장식에서 떡방아를 찧는 달 토기와 다리 셋 달린 까마귀를 찾으셨나요"라고 질문을 던지는 식이다.
류 연구사는 "사리장엄은 워낙 작아서 관람객이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요소들이 많다"며 "좋은 유물을 감상하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