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법에 어긋나고 학교자치 훼손"…'학교개방' 두고 의견 엇갈려
서울교육청, '학교개방 촉진' 교육감 권한강화 조례 재의요구
서울시교육청이 시의회에 '서울시교육감 행정권한 위임에 관한 조례 개정안' 재의를 요구했다.

시의회가 의결한 조례가 법령에 위반되거나 공익을 현저히 해한다고 판단되면 교육감은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이번에 재의가 요구된 개정안은 교육감이 지역교육지원청의 교육장이나 학교장에게 위임한 행정권한을 필요한 경우 직접 행사할 수 있게 하는 내용으로 지난달 20일 시의회에서 의결됐다.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은 조례나 교육규칙이 정하는 범위에서 교육감 권한을 학교 등 소속 교육기관에 위임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교육감 권한을 강화하는 조례개정을 교육청이 수용하지 않은 이유는 개정안이 상위법을 위반하고 학교자치를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교육감이 특정 사무에 관한 행정권한을 교육장이나 학교장에게 위임하면 해당 행정권한을 '상실'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교육청의 주장이다.

교육부에 이런 취지로 법령해석도 받았다.

교육청은 법제처도 '권한을 위임해놓고 필요에 따라 직접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조례개정은 법령이나 대법원 판례에 비춰 '권한의 위임'의 속성과 모순돼 불가능하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개정안이 학교의 자율성을 침해하거나 위축시킬 수 있다는 학교현장의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시 유·초·중·고등학교 교장회와 서울교원단체총연합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 서울교사노조 등 여러 교육단체가 개정안 철회를 요구한 바 있다.

교육계 일각은 이번 개정안의 진짜 목적이 운동장이나 주차장 등 학교시설을 지역주민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학교를 '개방'시키려는 데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학교장에게 위임된 대표적인 행정권한이 '각급 학교 소관 행정재산 사용허가'다.

학교개방을 두고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린다.

교육계는 학교개방 시 학생안전에 위험해지고 시설관리가 어려워진다는 등의 이유로 개방에 반대한다.

이와 반대로 학교도 지역사회 일부인만큼 주차난 등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학교시설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재의가 요구된 조례는 시의회에서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라는 조건을 충족해야 재의결된다.

교육감은 재의결된 사항이 법령에 위반된다고 판단되면 대법원에 제소할 수 있다.

한편 교육청은 교육감 행정권한 위임에 관한 조례와 같은 날 시의회를 통과한 '서울특별시교육청 학생 보건교육 진흥에 관한 조례안'에 대해서는 재의를 요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해당 조례안에는 일정 규모 이상 학교에 대해 교육감은 '추가로 보건교사를 배치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규정과 '학교보건 보조 인력을 배치할 수 있다'는 규정이 담겼는데 교육청은 "일정 규모 이상 학교에 보건교사를 2명씩 두는 내용의 법률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라는 이유로 삭제를 요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