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P "특정인 퇴사 유도 아니다"…시민단체, 대구시 출연기관 방치 비판 대구시 출연기관인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DIP)이 간부급 직원 퇴사를 유도하기 위해 고소·징계를 악용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DIP가 직원을 고소한 사건 대부분이 검찰에서 무혐의 처리된 데다 징계 또한 부당하다는 판정이 나온 까닭에 '직장 내 괴롭힘' 주장도 나온다.
8일 DIP 등에 따르면 이곳에서 15년 동안 근무한 간부급 직원 A씨는 지난해 6월부터 6개월가량 고소·징계에 시달리다가 최근 사직서를 냈다.
DIP는 잘못 썼다고 지적받은 국·시비를 예비비로 반환하고 과제 수행 업체에 구상권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등 이유를 들어 업무상 배임 혐의로 A씨를 3차례 검찰에 고소했다.
손해배상 청구 소송과 함께 기소 여부가 가려질 때까지 직위해제·자택 대기발령 징계도 했다.
자택 대기발령 처분은 내부 규정에 없음에도 원장 직권으로 결정했다고 DIP는 밝혔다.
그러나 검찰은 고소 사건 3건 가운데 2건을 무혐의 처분했다.
나머지 1건은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함께 고소당한 퇴직 직원은 이미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징계에 대해서도 부당하다는 판정이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서 나왔다.
DIP는 이에 불복해 중앙노동위에 재심을 신청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DIP는 최근 A씨와 모든 민·형사상 고소와 중앙노동위 재심 신청을 취하하는 조건으로 퇴사하는 데 합의했다.
외부에 이런 사실을 알리지 않는다는 조건을 달았다.
A씨는 장기간 누적된 스트레스에 지쳐 불명예를 감수하고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DIP는 배임 혐의로 고소하고 직위해제·자택 대기발령한 간부급 직원 B씨에게도 퇴직 의사를 물었다.
B씨는 전산망 접속을 차단당한 상태에서 고소에 대응할 자료를 확보하려고 다른 직원 ID를 빌려 접속했다가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추가로 고소당했다.
B씨 배임 건도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검찰은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만 벌금 1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DIP는 최근 B씨에게 "손해 배상할 의향이 있느냐", "복귀하지 않는 것이 어떻냐"고 물었지만 거부당했다.
B씨는 "지금까지 각종 소송에 시달렸는데 이제 와서 불명예를 안고 퇴사할 이유가 없다"며 "회사를 나가면 소송에 이겨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끝까지 버티겠다"고 말했다.
앞서 DIP는 A씨 등을 고소한 이유로 관리·감독기관인 대구시 종합감사에서 드러난 내용을 근거로 내세웠지만, 최종 감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고소한 사실이 드러났다.
해당 사안은 당초 시가 감사 대상으로 설정한 기간에 발생하지 않았지만, DIP가 먼저 감사를 해달라고 요구한 사실도 밝혀졌다.
고소하기 전 자체 징계위원회 회부, 시 의견 수렴 등 절차도 생략했다.
시는 "DIP 요구로 당초 감사 범위에 포함되지 않은 사안을 조사했지만, 경징계에 불과한 내용이었다"고 했다.
DIP가 1억원이 넘는 혈세를 써가며 남발한 고소 사건에 대한 수사 결과가 대부분 '혐의 없음'으로 나왔는데도 당사자 퇴사를 조건으로 합의하는 배경에 의혹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오래전 과실을 들춰내 간부 직원에게 고소·징계로 모욕과 고통을 주는 배경에 '쫓아내겠다'는 의도가 숨은 게 아니냐는 말이 DIP 내부에서 흘러나온다.
A씨와 B씨는 10년 넘게 DIP에서 국비유치·기업지원 사업을 이끌었다.
A씨의 경우 2018년 말 DIP 원장 공모에 응모한 바 있다.
DIP 관계자는 "당시 범죄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고소했다"며 "수사기관 결론이 나왔으니 따를 수밖에 없지만, 특정인 퇴사를 유도하기 위해 고소·징계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DIP가 고소·징계를 무기로 특정 직원 퇴사를 유도하는 행태를 보이자 시민·노동단체 비판이 쏟아졌다
조광현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사안의 경중에 상관없이 특정인을 상대로 고소를 남발하고 부당하게 징계한 것은 비인격적 행위다"며 "새로운 조직 문화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망치는 행위로 본다"고 지적했다.
김무강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조직국장은 "노동위원회가 내린 부당한 징계 판결을 무시하고 송사를 거듭하는 것은 노동자에게 정신적 고통을 주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대구시의 소극적인 관리·감독이 출연기관 내부 전횡을 사실상 방치하는 것이라고 질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장지혁 대구참여연대 정책팀장은 "시 감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직원을 고소한 것은 일반적이지 않은 것이다"며 "대구시는 DIP에서 일어나는 비정상적인 상황을 철저히 감독해야 한다"고 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DIP가 과거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으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관리·감독에 더 철저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