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허공의 달을 병에 담은 동자승
[신간] 성적 동의
▲ 성적 동의: 지금 강조해야 할 것 = 밀레니 포포바 지음. 함현주 옮김.
'미투(#metoo·나도말한다) 운동'과 함께 비동의 강간죄 신설 논의가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활발하다.

비동의 강간죄 핵심은 상대방이 동의하지 않은 성관계를 강간으로 보는 것이다.

실제 강간이나 유사 강간의 70%가량이 물리적 폭행과 협박 없이 일어난다는 점에서 이를 구성요건으로 하는 형법 제297조 강간죄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때문에 성폭행 관련 사건의 증거수집, 조사, 재판 등 일련의 과정에서 가해 행위보다 피해자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저항했는지에 초점을 맞추는 함정에 빠지기도 한다.

사법기관에 의한 2차 피해, 페미니스트 법학자들의 '사법강간'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성적 동의'는 비동의 강간죄 논의의 한복판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우선 동의의 1단계는 '물어보기'라고 강조한다.

성폭행 사건 재판에서 피해자는 얼마나 강하게 거부했는지를 증명해야 하지만, 가해자는 '상대에게 동의 의사를 얼마나 정확하고 지속해서 구했는지' 답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동의 문제의 핵심이 사회 구성원 모두가 각자 손에 쥔 위력과 권력을 인지하고 상대방의 사적 경계와 신체적 자율권을 존중하는 태도를 배우는 것이라고 말한다.

성적 동의가 단지 사적으로 은밀한 영역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공유할 행동지침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마티. 232쪽. 1만5천원.
[신간] 성적 동의
▲ 허공의 달을 병에 담은 동자승 = 장산 지음
부산 세존사 창건주인 장산스님 수필집이다.

책에는 전국 방방곡곡 길에서 만난 풍경과 세상사람 이야기가 펼쳐진다.

부여 궁남지 연꽃밭 정경은 '궁남지 연꽃이 필 무럽'에 담겼다.

이 글은 월간 '신문예' 2019년 신춘문예 수필 부문 당선작이기도 하다.

책 표제인 '달을 병에 담은 동자승'에서는 노승과 동자승 이야기가 훈훈하게 그려진다.

장산스님은 1965년 해인사에서 출가한 후 해인사 강원과 동국대 불교대학에서 공부했다.

동화사 등지에서 정진한 뒤로 호주 시드니에 불광사를 설립해 포교에 나섰다.

대한불교조계종 초심호계위원 등을 지냈고, 현재 세존사 반산선원에서 안거한다.

조계종출판사. 288쪽. 1만5천800원.
[신간] 성적 동의
▲ 있는 그대로 = 정준영 지음
초기 불교를 전공한 대학교수이자 명상지도자인 정준영 씨가 2천500년 전 붓다가 지혜를 얻는 방법으로 활용한 수행법 '위빠사나'를 알려준다.

위빠사나는 부처님이 대중에게 설법할 때 사용한 언어인 빠알리어다.

면밀하거나 분명하게 안다는 의미다.

통찰(insight)이라는 뜻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서양에서 심리치료에 위빠사나를 활용해 명상이라는 이름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저자는 위빠사나를 단지 힐링을 넘어 완전한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본다.

일반 독자에게 어렵게 다가갈 만한 주제를 오랜 수행 경력과 학문적 배경을 바탕으로 알기 쉽게 써 내려갔다.

에디터. 320쪽. 1만8천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