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관 분석' 중요하지만, 첨단 데이터 활용 폭 넓혀야
[천병혁의 야구세상] 김경문호의 최우선 과제는 '데이터 전력분석'
지난해 11월 일본에서 열린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에서 멕시코 야구 대표팀은 매 경기 적극적인 수비 시프트를 펼쳐 눈길을 끌었다.

멕시코는 한국과의 경기에서도 박병호나 김재환 등 타자에 따라 내야수들이 기민하게 수비 위치를 옮겨 다녔다.

타자들의 타구 방향을 모두 예상했다는 얘기다.

멕시코는 어떻게 상대 타자들의 성향을 정확하게 꿰고 있었을까.

야구대표팀 한 관계자는 "아마도 트랙맨 등의 데이터 자료를 활용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KBO리그 구단들은 대부분 첨단 분석 장비인 트랙맨을 사용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트랙맨을 사용하는 팀들은 트랙맨 본사를 통해 각종 데이터를 공유하는 것으로 안다"라며 "트랙맨 측에 요청하면 우리 구단의 데이터는 물론 메이저리그 구단 자료도 받아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공의 궤적을 추적하는 트랙맨은 타자들의 타구 방향과 발사각도, 비거리는 물론 투구 회전수, 변화구가 꺾이는 지점 등을 모두 파악할 수 있다.

[천병혁의 야구세상] 김경문호의 최우선 과제는 '데이터 전력분석'
또 다른 관계자는 "프리미어12 당시 멕시코뿐만 아니라 일본과 대만 등도 우리 투수나 타자들의 특징과 장단점을 너무 잘 안다는 느낌이 들었다"라며 "일본이나 대만도 데이터를 통한 전력분석을 철저히 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박병호를 상대로 집요하게 몸쪽 승부를 펼치고, 김재환이 등장하면 내야수가 모두 1∼2루 사이에 포진한 것이 단순한 감이 아닌 데이터를 통한 전력분석 결과라는 것이다.

현대야구에서 '데이터 전력분석'의 중요성은 설명이 필요 없다.

미국 메이저리그든, KBO리그든 프로구단이라면 첨단 기술을 통해 얻은 데이터를 해석하는 전력분석팀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데이터 분석보다 전통적인 스타일의 전력분석을 선호했던 것으로 보인다.

대표팀은 김경문 감독을 비롯해 코치와 전력분석위원 등 6∼7명이 교대로 일본과 대만은 물론 중남미까지 건너가 상대 팀 선수들을 탐색했다.

물론 감독과 코치 등이 상대 선수들의 플레이를 직접 보고 판단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작업이다.

[천병혁의 야구세상] 김경문호의 최우선 과제는 '데이터 전력분석'
하지만 현대 야구에서 데이터를 통한 전력분석은 필수 작업이다.

야구대표팀도 데이터 전력분석을 하기는 했다.

KBO 공식 기록통계업체인 스포츠투아이 소속 직원들이 각종 기록 정리를 도왔고, 시즌이 종료된 후에는 LG 트윈스와 KIA 타이거즈에서 전력분석 요원 1명씩 대표팀에 합류해 상대 팀 데이터를 분석했다.

문제는 데이터 분석 자료가 대표팀 운영에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 점이다.

특정 선수의 경기를 보고 돌아온 코치의 판단과 데이터 분석 내용이 엇갈릴 경우 데이터가 무시되기 일쑤였다.

사실 김경문 감독은 NC 다이노스 사령탑 시절에도 '데이터 야구'를 선호하지는 않았다.

NC는 김 감독 후임인 이동욱 감독 선임 배경으로 "데이터 활용이 능숙하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야구인들의 오랜 현장 경험을 절대 무시할 수 없지만, 첨단 기술로 확인되는 수치가 사람의 눈보다 정확하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KBO 관계자는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데이터 전력분석을 강화하는 방안을 김경문 감독과 협의해 보겠다"라고 말했다.

지도자의 오랜 경험에 정교한 데이터가 보태져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