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달 28일부터 나흘간 이어진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최고통치기구인 노동당 조직을 개편하고 대폭의 물갈이 인사를 했다. 당의 핵심인 정치국 위원과 후보위원, 당 부위원장과 부장 상당수를 갈아치우며 당의 영도 체제를 강화했다는 분석이다.

조선중앙통신은 1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둘째 의제로 ‘조직 문제’를 다뤘다며 인사 내용을 보도했다. 승진·전보 인사는 소개됐지만 해임 인사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통일부 추정에 따르면 노동당 내 전문 부서의 부장이 15명 안팎인데, 이번 인사에서 3분의 2에 해당하는 10명이 교체 또는 이동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결과는 김여정의 인사이동과 이병철, 이일환의 승진이다. 조선중앙통신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이 현재 제1부부장임에도 제1부부장에 임명됐다고 소개한 점을 감안할 때 김여정이 그동안 일한 당 선전선동부에서 조직지도부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추정된다. 작년 2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이후 김여정의 정치적 위상이 높아진 점을 미뤄볼 때 당내 부서 서열 1위인 조직지도부로 이동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병철은 당 제1부부장에서 당 부위원장(부장 겸임)으로 승진했고, 종전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정치국 위원 자리도 꿰찼다. 그는 김정은 체제 들어 핵무기 등 무기 개발을 지휘한 핵심 인물이다. 신형 탄도미사일 등 지난해 북한이 잇따라 시험 발사한 전술 무기 개발 공로를 인정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사에서 김덕훈과 김일철이 각각 정치국원, 당 부서장에 임명되는 등 경제담당 관료들 교체도 두드러졌다. 경제사령부인 내각에서 경제 전반을 이끌었던 김덕훈 부총리는 당 부위원장 겸 부장과 함께 당 정치국 위원에 올랐다. 오수용이 좌천되고 후임에 임명된 것으로 추정된다. 내각 경제관료 중 유일한 정치국 위원이었던 노두철 국가계획위원장 겸 부총리도 김일철에게 자리를 넘겼다.

경제담당 인사 교체는 김정은이 이번 전원회의에서 “경제사령부로서의 내각이 자기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력 비판한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김정은은 “허리띠를 졸라매더라도 기어이 자력 부강, 자력 번영하여 나라의 존엄을 지키고 제국주의를 타승하겠다는 것이 우리의 억센 혁명 신념”이라고 강조했다.

군부 인사에선 김정관 인민무력성 부상이 눈에 띈다. 김정관은 이번 인사에서 정치국 후보위원에 선출됐는데 노광철 인민무력상 후임에 오를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