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경기 화성사업장(사진)에 31일 정전이 발생해 일부 반도체 생산라인 가동이 중단됐다. 많게는 수백억원대 피해가 예상되는 가운데 반도체 시황에도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쏠린다.
삼성 화성 반도체공장 1분 정전…업계 "수백억대 피해"
업계에 따르면 이날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핵심 생산기지인 화성사업장에 1분가량 전력 공급이 중단돼 일부 D램과 낸드플래시 생산라인 가동이 중단됐다. 이번 정전 사고는 화성 변전소 송전 케이블이 터지면서 발생했다. 이 사고로 화성 동탄 일대에 1∼2분간 전력이 끊겼다.

업계에서는 화성 L13(D램), L12(낸드), S4(LSI·CIS) 생산라인 등이 피해를 받았을 수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해당 생산라인 복구 작업을 진행 중이다. 완전 복구에는 2∼3일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부 메모리 반도체 생산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반도체는 수백 개의 공정을 거치는데, 잠시라도 전력이 끊어지면 웨이퍼가 망가지기 때문이다. 한 번 가동이 중단되면 재가동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지난해 3월에는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사업장에서 정전 사고가 발생해 500억원 수준의 피해를 봤다. 당시는 삼성전자가 자체 운용하는 사업장 내부 변전소에 이상이 생겨 28분간 정전이 이어졌다.

다만 삼성전자 측은 피해 규모가 평택 정전 사고 때보다는 훨씬 작다고 추정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직 정확한 피해 규모를 산정하지 못했다”면서도 “평택 때와 비교해 정전 시간이 짧아 피해 규모는 그보다 작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정전 피해 규모가 수백억원 수준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이번 정전 사고가 반도체 시황에 어떤 영향을 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재 반도체 시황은 하락세를 멈추고 바닥을 다지고 있는 단계다. 이날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DR4 8기가비트(Gb) D램의 2019년 12월 고정거래가격은 2.81달러로 전달과 같은 수준을 기록했다. 낸드플래시는 이미 바닥을 다진 뒤 반등하고 있다. 128Gb MLC 낸드플래시 가격은 12월 4.42달러로 전달에 비해 2.55% 상승했다.

지난해 6월 도시바메모리(현 키옥시아) 정전 사고 이후 낸드플래시 재고가 줄어들면서 가격이 반등한 바 있다. 김선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주요 반도체 3사 중 재고가 가장 많은 삼성전자의 재고 증가를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