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호주인 수감자, 안보 침해…적법 절차로 대우"
이란 외무부는 지난해 10월 이란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돼 재판에서 10년형을 받고 수감 중인 호주인 학자 카일리 무어-길버트가 적법한 사법 절차에 따라 피고인의 권리를 누리고 있다고 29일(현지시간) 주장했다.

이란 외무부는 이날 성명에서 "호주 국적의 무어-길버트는 이란의 국가 안보를 침해한 혐의로 기소됐고 법원은 공정한 재판을 통해 그의 유죄를 선고했다"라며 "그는 다른 수감자와 같이 법으로 보장된 권리를 행사하며 남은 형량을 복역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일부 서방 언론이 그가 비인권적 대우에 항의해 단식 투쟁을 한다고 보도하며 여론전을 펴는 데 이는 허위보도다"라며 "이란은 지금까지 그랬듯 그런 정치적이고 악의적인 선동에 머리를 숙이지 않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영국 국적도 보유한 무어-길버트는 호주 멜버른대학에서 중동 정치를 연구, 강의하는 학자다.

그와 관련, 머리스 페인 호주 외무 장관은 10월 "상황이 매우 복잡하다"라면서 "그는 이란 법정에서 유죄가 인정됐지만 우리는 그에 대한 기소 내용을 인정하지 않으며, 석방과 귀국을 위해 이란 정부와 계속 논의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최근 무어-길버트가 항소심에서 패소하자 프랑스인 수감자 파리바 아델카와 함께 24일부터 석방을 요구하면서 단식투쟁을 시작했고, 건강 악화가 우려된다고 보도했다.

이란 외무부는 "호주 정부는 우리를 근거 없이 비난하기 전에 그들이 가둔 이란인 네가르 고드스카니를 어떻게 대했는지 반성해야 한다"라며 "그는 호주 감옥에서 28개월간 비인도적인 대우를 받았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호주 당국은 고드스카니가 옥중에서 출산하도록 했고 그 신생아를 그와 분리하고 보지도 못하게 했다"라며 "이란 정부의 석방 요구를 무시하고 그의 신병을 미국으로 인도해버렸다"라고 지적했다.

고드스카니는 미국이 제재하는 기술을 미국에서 이란으로 수출하려 하고 돈세탁에 관여했다는 혐의로 2017년 호주에서 체포된 뒤 올해 7월 미국으로 송환됐다.

미 법무부는 9월 낸 보도자료에서 고드스카니가 미네소타주 연방지방법원에서 제재 위반 혐의로 징역 27개월 형을 선고받았다고 발표했다.

앞서 올해 10월 호주와 이란은 이란에서 불법으로 촬영용 무인기를 띄웠다가 올해 7월 수용된 호주인 남녀 2명과 호주에서 유학하다 제재 위반 혐의로 지난해 9월 체포됐던 이란인 남성 1명을 교환했다.

이란 외무부는 또 프랑스 정부가 자국민 아델카를 석방하라면서 프랑스 주재 이란 대사를 부른 데 대해 "아델카는 이란 국민으로 그의 석방을 요구하는 것은 프랑스의 내정 간섭이며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라고 반박했다.

아델카는 프랑스와 이란 국적을 모두 보유한 이중국적자다.

이란은 이중국적을 인정하지 않는다.

파리정치대학 소속 인류학자인 아델카는 올해 6월 이란에 입국했다가 간첩혐의로 체포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