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협회·조각가협회 "미술작품 심의제도 개선하라"
건축물 미술작품 심의 통과율 하락에 미술계 '부글부글'
지방자치단체 건축물 미술작품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는 작품이 늘자 미술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미술계는 서울시와 경기도 등의 건축물 미술작품 심의제도가 변경되면서 공정성이 떨어지고 부결률이 높아지는 등 부작용이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한국미술협회와 한국조각가협회는 26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코사스페이스갤러리에서 '미술인의 권리회복을 위한 제도개선운동' 기자간담회를 열고 심의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양 협회는 "서울시 건축물 미술작품 심의가 20명 고정심의제로 변경된 후 높은 부결로 많은 작가가 창작활동과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며 "또한 지속적인 부결로 인한 기금 납부는 건축주의 사유재산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협회는 "고의로 부결률을 높여 기금으로 유도하는 의도가 보인다"라며 "부결 사유에 맞춰 작품을 수정해도 통과시켜주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건축물 미술작품 제도는 연면적 1만㎡ 이상 건축물을 신·증축할 때 건축 비용의 일정 비율을 미술작품 설치에 사용하거나 설치 비용의 70% 이상에 해당하는 금액을 문화예술진흥기금으로 출연하도록 한 제도다.

서울시는 2017년 11월부터 심의위원을 80명 윤번제에서 20명 고정제로 바꾸는 등 미술작품심의위원회를 재구성했다.

2017년 65%였던 심의 통과율은 지난해 39%로 떨어졌고 올해도 40% 수준이다.

심의 문턱이 높아지자 건축물 준공을 위해 문화예술진흥기금을 납부하는 건축주가 늘었다.

2017년 46건, 48억원 규모였던 문화예술진흥기금 납부는 지난해 76건, 82억원 규모로 증가했다.

부결률이 높아지고 문화예술진흥기금 출연이 늘어나면 조각가들은 작품 공급 기회가 줄어든다.

협회는 서울시 고정제 심의위원제도 문제점도 지적했다.

소수 심의위원 취향과 기호 의존도가 높고, 특정 대학 쏠림 현상도 나타난다고 협회는 주장했다.

20명 심의위원 가운데 조각 분야 위원은 4명이다.

경기도도 지난 9월 심의위원을 80명에서 50명으로 줄이는 등 건축물 미술작품심의위원 운영방침을 변경했다.

경기도의 지난해 심의 통과율은 82%였으나, 지난 10월에는 심사대상 33작품이 모두 탈락하는 등 통과율이 급격히 하락했다고 협회는 전했다.

작가들은 심의위원 80~100명 중 15~20명이 심의에 참여하는 풀제를 도입하고, 현재 10~20% 수준인 전공자를 80% 이상으로 늘려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한 심의위원 학교, 지역 등 형평성을 고려하고 심의위원 공개채용 등 채용방식도 개선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지자체는 복제한듯한 유사한 작품이 나오고 심의의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 등을 반영해 제도를 개선했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금 출연을 위한 의도적인 부결률 상승이라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제도 변경으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도 있었으며, 미술계가 제기하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