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공동모금회에 2천300만원 전달…8년간 9억8천여만원 익명 기부
"금액이 적어 미안…"올해도 찾아온 '키다리 아저씨 부부'
7년 전부터 해마다 연말이면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하는 익명의 천사 부부가 올해도 나눔을 실천했다.

지난 23일 저녁 공동모금회 담당자 2명은 수성구 황금동 한 제과점에서 먼저 도착해 기다리던 60대 부부를 만났다.

'키다리 아저씨 부부'로 불리는 두 사람은 담당자에게 간단히 인사하고 봉투를 건넸다.

봉투엔 '금액이 적어서 미안합니다.

나누다 보니 그래요'라는 메모와 함께 2천300여만원 수표가 들어있었다.

부부는 "가족 이름으로 먼저 1억원을 기부해 금액이 줄었다"며 "나누다 보니 금액이 적어졌다"고 말했다.

남편은 "올해 경기가 무척 어려워 기부가 쉽지 않았지만, 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1년 동안 매월 1천만원 이상을 적금해 이자까지 기부했다"고 설명했다.

부부는 2012년 1월 처음 공동모금회를 방문해 익명으로 1억원을 전하며 나눔을 시작했다.

이후 8년간 9차례에 걸쳐 기탁한 성금이 9억8천여만원에 이른다.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누적 개인 기부액 중 가장 많은 금액이다.

기부 동기를 묻자 "부친을 일찍 잃고 19세에 가장이 되어 가족을 먹여 살리다 보니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 애환을 잘 안다"며 "꼭 필요한 이웃에게 잘 전달했으면 한다"고 했다.

자리를 함께한 부인은 "승용차를 10년 이상 타며 쓰고 싶은 곳에 쓰지 않고 소중하게 모았다"며 "갖고 싶은 것과 하고 싶은 것이 많지만 나눔의 즐거움에는 비교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부부는 "출가한 자녀들이 이 사실을 알고 나서 자랑스러워한다"며 "따로 말하지 않았는데 성금과 함께 전달한 메모의 필체를 (언론 보도에서) 보고 알아차렸다"고 했다.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는 "올해도 거액 성금을 기부한 키다리 아저씨 부부가 정말 고맙다"며 "소외된 이웃과 더불어 따뜻한 대구를 만드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