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올해 내내 외국인의 ‘팔자’ 공세에 약 8년 만에 외국인 지분율 최저치를 내고 있다. 최근 회사 측이 중장기 성장 비전을 제시했지만 수익성 증대에 대한 외국인의 우려가 여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외국인, 현대차 매도 공세…지분율 '8년 만에 최저'
23일 현대자동차는 1500원(1.21%) 떨어진 12만2500원에 마감했다. 지난 6월 연중 최고가(장중 14만3500원)까지 오른 뒤 조금씩 하락세를 보이며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일 현대차 측이 33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계획까지 발표했지만 이달 주가 상승률은 1.2%에 불과하다.

주가 정체는 외국인 탓이다. 이달 들어 외국인은 1776억원 규모 현대차 주식을 순매도했다. 올해 전체 순매도 금액은 1조3231억원(유가증권시장 1위)에 달한다. 작년 말 45.8%였던 외국인의 현대차 지분율은 40.7%까지 떨어졌다. 2011년 7월 이후 약 8년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달 초 현대차가 대대적인 투자계획을 밝혔음에도 외국인의 매도세가 계속되자 시장에선 의견이 분분하다. 현대차가 밝힌 ‘2025 전략’에 따르면 △내연기관 고수익화 △전동차 선도 △플랫폼 사업기반 구축 등을 목표로 2025년까지 61조원 규모를 투자한다. 향후 5년간 34조5000억원의 원가 절감을 통해 회사의 영업이익률도 8%(2025년)까지 올릴 계획이다.

외국인은 이번 발표에 대해 구체적인 수익성 증대를 위한 ‘청사진’이 미흡하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 최대 증권사인 CGS-CIMB증권의 황경재 센터장은 “내년 유럽시장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정책에 따른 전기차 경쟁이 본격화되고, 국내 생산물량 감축 방안 등이 없는 상태에서 회사 경영진이 제시한 영업이익률 8% 목표에 의문을 품는 외국인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독일 폭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최근 감원에 나서는 상황에서 고용 보장성이 강한 현대차의 실적 개선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는 외국인도 있다”고 덧붙였다.

일부 외국인 투자자는 현대차의 잉여현금흐름(FCF)이 올해부터 적자를 보일 것으로 우려했다. 잉여현금흐름은 영업현금흐름(사업으로 벌어들인 돈)에서 시설투자로 대표되는 자본적 지출 등을 뺀 것이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달 초 열린 미국 기업설명회(NDR)에서 2021년까지 현대차의 FCF가 적자로 바뀌며 배당과 자사주 매입 재원 감소 가능성이 언급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동차산업 변곡점을 맞아 대규모 투자는 불가피하고, 신차효과가 계속되고 있어 이른 시일 내에 실적을 회복할 것이란 의견도 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이 한국 정보기술(IT)주에 집중 투자하면서 상대적으로 자동차 등 다른 업종의 매도세를 높이는 경향이 있다”며 “현대차의 실적 개선 속도가 외국인 투자흐름을 좌우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용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내년 출시될 신차인 아반떼, G80, GV70의 성과에 따라 주가가 움직일 것”으로 예상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