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하원 가결이라는 파도마저 가볍게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미국 증시가 대통령선거가 있기 전인 내년 상반기까지는 무난히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대선 정국으로 본격 돌입하는 하반기에는 미국 정치권의 여론 의식 등으로 미·중 무역갈등이 재점화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내년에도 IT 주도 강세
19일(현지시간)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127.68포인트(0.49%) 오른 28,376.96으로 거래를 마쳤다. S&P500지수는 0.45%, 나스닥지수는 0.67% 상승했다. 모두 사상 최고치다.

올해 세계 주식시장의 ‘승자’는 미국이다. 다우지수, S&P500지수, 나스닥지수는 올 들어 각각 21.65%, 27.86%, 33.94% 올랐다. ‘대장주’인 애플의 시가총액은 20일 기준 1443조원으로, 한때 애플 한 종목의 시총이 한국 유가증권시장 전체 시총을 웃돌 정도였다.

증권업계에선 미국 증시가 내년 상반기까지 상승세를 이어갈 여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자산을 매입하면서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다.

꾸준한 소비지출과 지난 50년 내 최저 수준의 실업률(11월 기준 3.5%)도 증시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크레디트스위스는 경기에 민감한 금융 및 제조업종이 연말이 다가올수록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내년을 기대하게 하는 요인이라며 내년 말 S&P500지수 예상치는 3425라고 밝혔다.

올해 미국 증시 강세장을 주도한 정보기술(IT) 성장주들은 내년에도 ‘주인공’이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다만 무게중심은 소프트웨어 기업에서 하드웨어 기업으로 옮겨갈 것이란 분석이다. 박석중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내년에 스마트폰 교체 주기와 데이터센터 증설 주기가 겹치면서 메모리 반도체 및 시스템 반도체 기업들의 수혜가 기대된다”며 “퀄컴과 델, 엔비디아 등이 기대주”라고 내다봤다.

“하반기 조정 커질 수도”

일각에선 하반기 조정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활황 추세가 내년 내내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미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은 올해보다 0.3%포인트 감소한 2.1%가 될 전망이다. 성장률 둔화 추세에도 주식시장은 급등하면서 지난 3분기 기준 버핏 지표(미국 주요 상장사들의 시총/명목 국민총생산)는 역대 최고인 1.7배에 도달했다.

기업들이 투자보다 주가 부양에 과도한 힘을 쏟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 상무부 경제분석국에 따르면 미국 기업의 투자 심리를 반영하는 비주거용 고정투자가 지난 2분기와 3분기에 각각 1%, 3% 감소했다.

비주거용 고정투자가 2분기 연속 하락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인 2009년 이후 처음이다. 투자는 감소한 반면 S&P500 상장사들은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자사주 매입에 총 1조6000억달러(약 1863조원)를 쏟아부었다고 골드만삭스는 분석했다.

내년 하반기 조정이 예상보다 강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미·중 무역분쟁이 완전히 해결되지 못한 가운데 11월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정치적 리스크(위험)가 극대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관계를 선거에 활용하기 위해 오히려 협상을 어렵게 끌고갈 가능성이 있다”며 “민주당 후보들의 경우 대중 강경노선은 트럼프 대통령과 비슷하고 공약에는 반시장적 요소가 포함돼 있어 이들이 앞서나가면 시장은 부정적으로 반응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