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출연기관 예산운용 지침 어긋나"…이사회는 파악조차 못 해
DIP 뒤늦게 추경에 법률용역비 1억600만 편성…"당시 적합하다고 판단"
직원 상대 줄소송 DIP, 예산 무단 전용해 비용 충당
신임 원장 취임 후 직원 고소와 징계를 남발하는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DIP)이 특정 예산을 소송비용으로 무단 전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적절한 예산 집행 등이 드러나는 것을 우려해 DIP가 소송비를 사용할 수 있는 근거를 뒤늦게 마련한 사실도 밝혀졌다.

대구시는 "지침에 어긋나는 예산 운용"이라고 밝혔지만 재단이사장인 이승호 경제부시장 등 시 간부 3명이 포함된 이사회는 이런 사실을 파악하지 못한 채 추경을 승인해 형식적인 역할만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19일 DIP 등에 따르면 이승협 원장 취임 후인 지난 6월부터 최근까지 전·현직 직원을 상대로 11건을 고소하며 소송비로 7천260만원을 사용했다.

DIP는 시 감사 과정에서 드러난 내용을 근거로 고소했지만 자체 징계위원회 회부, 시 의견 수렴 등 절차는 생략했다.

이를 두고 시는 "고소 내용 대부분이 경징계에 불과한 사안이다"고 밝혔다.

직원 일부가 형사고발 건에서 '증거 불충분 및 혐의없음'으로 불기소처분을 받았지만, DIP는 검찰에 항고하는 한편 민사소송을 별도로 이어가고 있다.

DIP는 고소당한 현직 간부 2명이 직위해제와 자택 대기발령 징계가 부당하다며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한 사건에도 변호사 비용으로 2천900만원을 들였다.

경북지방노동위가 지난달 초 이들에 대한 징계가 부당하다고 판정하자 불복해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기도 했다.

인건비 부족 등 만성적인 운영난에 허덕이는 DIP가 올해 각종 소송으로 지출한 예산은 1억원이 넘는다.

DIP는 전체 소송비용 가운데 6천여만원을 올해 위탁용역비로 편성한 돈으로 썼다.

위탁용역비는 청소원 등 시설 관리 인력과 인프라 관리에만 사용하는 것으로 정해놓은 예산이다.

하지만 DIP는 6월부터 시작한 소송으로 돈이 급하게 필요해지자 시와 상의 없이 위탁용역비를 끌어다 썼다.

뒤늦게 지난달 마련한 2차 추경 예산안에 법률용역비 항목을 신설하고 나머지 4천만원을 더해 1억여원을 소송비로 집어넣었다.

이를 두고 대구시는 출자·출연기관 예산편성 지침에 어긋나는 예산 운용이라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예산편성 지침을 고려할 때 변호사비용은 일반운영비에서 지급해야 한다"며 "위탁용역비를 소송비용으로 전용한 사례는 지금껏 보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나 DIP 이사회는 최근 2차 추경안을 의결하면서 무단 예산 전용에 별다른 지적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살림살이가 빠듯한 DIP가 '조직원 길들이기' 성격의 고소 건에 1억원이 넘는 예산을 사용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언급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 한 출자·출연기관 관계자는 "시민 세금인 예산은 목적에 맞게 사용해야 하며, 특별한 이유로 사용처가 바뀐다면 관리·감독기관과 상의해 유권해석을 받는 것이 정상이다"고 말했다.

이어 "소송 진행에 큰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대부분 기관은 소송으로 어떤 이익을 얻을 수 있는지 등을 고려해 집행한다"고 덧붙였다.

DIP 관계자는 "소송을 시작할 때는 위탁용역비로 비용을 충당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판단했지만, 위탁용역비가 뒤죽박죽 사용될 우려가 있어 추경으로 소송비 사용 근거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