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범 2골로 MVP…'골 넣는 수비수' 김민재는 '통곡의 벽' 우뚝
'황인범 결정력×김민재 철옹성'…23살 동갑내기 환상 콜라보
가위바위보도 져서는 안 된다는 운명의 한일전. 그것도 2019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우승이 걸린 부담스러운 최종전에서 '겁 없는' 벤투호 막내들의 투혼이 눈부시게 빛났다.

주인공은 벤투호의 막내인 '1996년 동갑내기' 황인범(밴쿠버)과 김민재(베이징 궈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8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9 EAFF E-1 챔피언십 3차전에서 '숙적' 일본을 상대로 전반 28분 터진 황인범의 결승 골로 1-0 승리를 따냈다.

이번 대회에서 '무실점 3연승'을 거둔 벤투호는 일본을 무너뜨리고 대회 3연패와 함께 통산 5번째 우승의 쾌거를 달성했다.

한국이 일본을 국내에서 물리친 것은 2000년 4월 이후 무려 19년 만이다.

벤투 감독은 한국 대표팀 사령탑 부임 이후 두 번째 국제대회에서 첫 우승을 따내는 기쁨을 맛봤다.

벤투호는 올해 1월 아시안컵에 나섰다가 8강에서 탈락한 바 있다.

손흥민(토트넘), 황의조(보르도), 황희찬(잘츠부르크) 등 유럽파 공격자원들이 합류하지 못한 채 이번 대회에 나선 벤투호는 홍콩과 1차전에서 김승대(전북)가 갈비뼈 미세 골절로 아웃되고, 중국과 2차전을 앞두고 김문환(부산)이 허벅지 부상으로 팀을 떠나면서 '부상 악재' 속에 대회를 이어갔다.

한국은 1, 2차전에서 2연승을 따냈지만, 필드골 없이 세트피스로만 3골을 넣어 팬들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야 했다.

더구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39위인 홍콩을 상대로 필드골 없이 프리킥과 코너킥에서 골 맛을 보며 2-0으로 힘겹게 이기면서 '결정력 부재'는 이번 대회에 나선 벤투호의 약한 고리가 됐다.

'황인범 결정력×김민재 철옹성'…23살 동갑내기 환상 콜라보
부상 악재와 결정력 부재에서 벤투호를 살린 것은 대표팀의 막내인 황인범과 김민재였다.

황인범은 홍콩과 1차전에서 오른발 프리킥으로 이번 대회 벤투호의 1호 골을 담당하더니 일본과 3차전에서는 결승 골을 꽂아 우승의 주역이 됐다.

이번 대회에서 2골을 꽂은 황인범은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황인범은 이번 대회를 통해 자신의 진가를 제대로 발휘했다.

황인범은 벤투호에서 빌드업의 중심이 되느라 상대적으로 볼을 소유하는 시간이 많다 보니 패스의 질과 득점력에 대한 팬들의 '호불호'가 극명히 갈렸고, 비난의 목소리도 유독 황인범에게 집중됐다.

하지만 황인범은 좌절하지 않았다.

그는 "일부 팬들의 비난이 아니라 대부분 팬이 비난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

절대 스스로 시련이라거나 힘든 상황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이라며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꾸준히 경기에만 집중한 황인범은 특유의 킬러 패스와 함께 이번 대회 벤투호의 유일한 필드골까지 담당하며 팬들의 부정적인 인식을 스스로 바꿔놨다.

'황인범 결정력×김민재 철옹성'…23살 동갑내기 환상 콜라보
황인범의 동갑내기 김민재의 활약도 눈부셨다.

김민재는 이번 대회를 치르면서 '통곡의 벽', '중국 킬러', '골 넣는 수비수'라는 다양한 별명을 얻었다.

김민재의 진가도 일본과 최종전에서 확실히 빛났다.

일본의 역습 상황에서 김민재는 공격적인 수비로 일본 공격수들의 돌파를 절대로 허용하지 않았다.

팬들은 일본전에 나선 김민재에게 '불매(不買)로이드'를 맞았다는 농담까지 던졌다.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불매'와 '스테로이드'를 합성한 '불매로이드'라는 말로 김민재의 활약을 칭찬했다.

김민재는 중국과 2차전에서 결승 헤딩골로 중국전 2경기 연속골을 터트리더니 일본전에서도 세트피스 상황에서 골대를 때리는 위력적인 제공권으로 '골 넣는 수비수'의 능력을 과시했다.

여기에 후방 빌드업에서는 전방으로 찔러주는 강력한 공간 패스로 팀 공격의 시발점 역할까지 맡았다.

황인범과 김민재뿐만 아니라 나상호(FC도쿄)까지 이어지는 '1996년생 라인'은 벤투호의 든든한 중추로 자리매김했다.

'황인범 결정력×김민재 철옹성'…23살 동갑내기 환상 콜라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