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자체가 상처로 남은 시의원…상황 수습해야 하는 반대 단체

18일 치른 경북 포항시의원 주민소환 투표는 포항시 남구 호동 생활폐기물에너지화시설 가동을 둘러싼 마찰로 시작됐다.

포항시의원 주민소환 무산됐지만…후유증 지속 전망
포항시는 2016년 6월부터 포항철강산업단지가 있는 남구 호동 4만5천㎡ 땅에 민자 826억원을 포함해 정부·시 예산 등 1천534억원을 들여 생활폐기물에너지화시설을 지어 올해 2월부터 상업운영에 들어갔다.

이곳은 주민이 배출하는 생활 쓰레기를 땅에 묻지 않고 고형연료(SRF)로 가공한 뒤 850∼900도 열로 태워 전기를 생산하는 시설이다.

시설에 인접한 제철동과 청림동, 오천읍 주민은 입지선정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았고, 굴뚝 높이가 낮아 대기역전현상에 따른 환경오염이 발생한다며 반발했다.

또 다이옥신과 미세먼지가 발생하고 악취가 난다며 4월부터 가동 중단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그러나 포항시는 대기오염물질이 기준치 이내로 나왔다며 주민 요구를 거부했다.

오천읍 주민으로 구성한 '오천SRF반대 어머니회'는 7월부터 민원 해결에 소극적이라며 오천읍 시의원 3명 가운데 자유한국당 소속 2명에 대해 주민소환을 추진했다.

시설 가동을 둘러싼 시와 주민 간 마찰이 직접 관련성이 떨어지는 시의원을 상대로 한 주민소환으로 번진 셈이다.

주민들은 시의원 2명이 집회에 제대로 나오지 않고 시 대변인 역할을 하는 등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고 책임을 회피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칠용 의원은 주민소환 대상에서 빠졌다.

주민소환청구단체 대표가 공보물에서 "주민소환투표로 5만 오천읍민 분노를 시와 시의회에 보여줘야 한다"고 밝힌 것처럼 이번 주민소환은 시와 시민단체 간 대리전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한국당 시의원만 대상으로 한 만큼 다가오는 국회의원 선거 전초전이란 분석도 나왔지만, 기초의원 주민소환 투표인 만큼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18일 열린 박정호·이나겸 포항시의원 상대 주민소환 투표는 전체 투표자가 유권자 ⅓에 미달해 결과적으로 시의원들이 이겼다.

그러나 투표율이 20%를 넘었다는 점에서 상당수 주민이 시의원 소환에 공감한다는 점이 드러났다는 시각도 있다.

개표하지 않은 만큼 소환 찬성률이 얼마인지 알 수 없지만, 투표에 참여한 주민 대부분이 찬성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런 만큼 주민소환 대상자들은 의원직 유지에 안도하면서도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경북에서 처음으로 주민소환 대상이 된 것만으로도 당사자들은 상당한 타격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

주민소환투표 청구 단체 역시 목적을 달성하지 못해 상황을 수습해야 하는 형편이다.

주민소환 투표가 끝났지만 이에 따른 후유증이 상당 기간 지속할 것으로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포항시의원 주민소환 무산됐지만…후유증 지속 전망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