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재판부 관할 두고 검찰도 불출석 가능 의견 냈다"
검찰 "고령 감안 사안일뿐 …거동 불편 아니면 특혜"
전두환(88) 전 대통령의 사자(死者) 명예훼손 재판이 16일 광주에서 또다시 열렸으나 전씨는 이날도 법정에 나타나지 않았다.

전씨는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최근 골프·오찬 회동을 하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법정에서는 검찰과 변호인 간에 전씨 불출석 허가를 놓고 논쟁이 벌어졌다.

"전두환, 12·12군사반란 40년 당일 가담자들과 기념오찬" 포착 / 연합뉴스 (Yonhapnews)
전씨의 재판은 이날 오후 2시 광주지법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형사8단독 장동혁 부장판사 심리로 열렸다.

장 부장판사는 재판을 시작하며 "재판부가 고민한 결과 이번 기일은 피고인이 불출석한 상태에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장 부장판사는 지난 기일에도 "알츠하이머 여부를 떠나 피고인이 고령이고 경호·질서 유지에 100여 명이 동원돼야 하는 점을 고려해 불출석을 허가했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재판 후반부, 전씨 불출석 허가를 놓고 검찰이 불만을 제기하고 변호인이 해명과 반박에 나서는 등 공방을 벌였다.

검찰은 "최근 피고인의 골프 회동, 12·12 기념 오찬 등이 언론에 보도됐다"며 "불출석 재판은 피고인 방어권 보장과 관련된 것임을 인정하지만 재판 참석이 힘들다고 해 불출석을 허가했는데 재판장께서 판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발언했다.

검찰은 "재판 관할지에 피고인이 출석하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의 의무이지만 피고인이 고령임을 고려한 사항"이라며 "피고인이 치매기가 있고 거동이 불편해 광주까지 오기 힘들다는 논거들이 실현되지 않은 것 같은데 피고인만 그런 방식으로 (허가) 되는 게 특혜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씨의 변호인은 이에 대해 재판의 본질이 헬기 사격의 유무이지 피고인의 출석 문제는 아니라고 맞섰다.

전씨 변호인은 "검찰이 지난해 5월 재판부 이송 반대 의견서를 내며 '경미한 사건이기 때문에 형사소송법에 따라 피고인 출석 없이 재판할 수 있고 변호인이 선임돼 피고인의 이익에도 지장이 없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반박했다.

전씨는 지난 12일 서울의 한 중식당에서 1인당 20만원이 넘는 호화 오찬 회동을 하며 외견상 정정한 모습으로 대화하는 모습이 목격돼 논란을 빚었다.
이날 재판은 8번째 증인신문으로, 5·18 당시 광주에 투입된 11공수특전여단 중대장과 육군 1항공여단 500MD 헬기 조종사가 피고인인 전씨 측 증인으로 법정에 섰다.

1980년 5월 27일 새벽 전일빌딩 진압 작전에 투입된 11공수특전여단 61대대 소속 중대장 최 모 씨는 당시 오전 4시부터 여명이 밝아오기 직전까지 전일빌딩과 인근 관광호텔, YWCA에서 진압 작전을 수행했으나 당시 도청 주변에서 헬기를 본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육군 1항공여단 31 항공단 103 항공대 소속으로 광주에 출동했던 500MD 조종사 조 모 씨도 당시 7.62mm 기관총을 장착하고 광주로 향했으나 도착해서는 실탄을 다 내려놓고 VIP 명령을 주로 수행했으며 다른 헬기도 비무장 상태로 다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진술했다.

장 부장판사는 다음 재판이 열리는 내년 2월까지 증인신문을 모두 마무리하고 주요 증거 조사는 기일을 따로 잡되, 다른 증거 조사들은 의견서를 제출받아 재판이 지연되는 것을 막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이 신청한 헬기 사격 검증은 영상으로 대체 가능한지 검토하고 국과수 감정 결과 등은 따로 기일을 잡아 법리 공방과 사실관계 확인을 할 예정이다.

또 전씨가 회고록에서 조비오 신부를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표현한 것이 모욕이 아닌 명예훼손죄가 타당한지 등 보다 명확한 법리적 근거들을 준비해줄 것을 검찰과 변호인 측에 요청했다.

전씨는 회고록에서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신부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불구속기소 됐다.

전씨의 다음 재판은 2020년 2월 10일 오후 2시 같은 법정에서 열리며 변호인이 신청한 군 관계자와 검찰이 신청한 국과수 관계자, 5·18 연구 교수 등 3명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