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0대 기업의 임원 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기업 총수 일가의 세대 교체와 실적 부진 속에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조직개편에 나선 기업이 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기업의 별’로 불리는 임원에 오르는 문턱이 갈수록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기업의 별' 임원 매년 줄어…삼성, 4년 새 356명 감소
기업평가 사이트 CEO스코어는 지난 9월 말 기준 국내 30대 그룹 262개사의 임원 현황(공시 기준)을 조사한 결과 전체 임원 수가 9742명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4년 전인 2015년 9월 말(9795명)보다 53명(0.5%) 감소했다. CEO스코어는 분기보고서를 제출하고, 지난해와 비교할 수 있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임원 현황을 조사했다.

이 기간 임원이 가장 많이 줄어든 그룹은 삼성이다. 2015년 9월 말 21개사 기준 2276명에서 지난 9월 말 1920명으로 356명(15.6%) 감소했다. 두산(-144명·-39.0%), 현대중공업(-111명·-38.5%), 포스코(-44명·-17.1%), GS(-24명·-7.9%) 등이 뒤를 이었다.

임원이 가장 많이 늘어난 그룹은 현대자동차였다. 4년간 202명(16.9%)이 늘었다. 이어 롯데(82명·15.6%), SK(79명·9.3%), LG(73명·8.8%), CJ(48명·19.8%) 순이었다. 다만 현대차그룹은 지난 4월 이사대우와 이사, 상무를 상무로 단일화해 기존 6단계 임원 직급을 4단계로 변경하면서 임원 수가 크게 늘었다고 CEO스코어는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이사대우는 임원으로 공시하지 않았다.

30대 그룹의 전체 임원 수는 감소했지만 여성 임원은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월 말 기준 여성 임원은 336명으로 전체의 3.5%였다. 남성 임원은 4년 전보다 171명(9577명→9406명) 줄었고, 여성 임원은 118명(218명→336명) 늘었다.

CEO스코어는 이 같은 임원 감소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경기 불황과 실적 악화 여파로 주요 기업들이 연말 정기 인사에서 임원 수를 크게 줄이고 있어서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