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미국과 반환 절차 개시…"'외국군 주둔지' 용산 시대 마감"

서울의 중심에 있지만 국민들은 미군의 허가 없이는 갈 수 없었던 용산기지의 반환 절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반환 시점에 관심이 쏠린다.

정부가 용산기지를 미군에 공여한 지 67년이 지나 반환 절차가 시작됐지만, 미국과 환경 오염 책임 등 협의할 것이 남아 있어 실제 반환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11일 평택 미군기지(캠프 험프리스)에서 미국과 제200차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합동위원회를 개최하고, '용산기지의 SOFA 규정에 따른 반환 절차 개시'를 합의했다.

◇ 고려 시대부터 외국 군대 주둔으로 얼룩진 용산…국민 품으로
미군이 용산기지를 사용한 지는 60여년이 됐지만, 용산의 외국군 주둔은 고려 시대 몽골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3세기 말 고려 시대 몽골군이 일본 정벌을 위한 병참기지를 용산에 설치했다.

임진왜란 때는 왜군이 용산에 후방 병참기지를 조성한 바 있다.

이후 청일전쟁이 발발하고 일본군이 조선 진출의 전초기지로 용산을 활용했다.

일본은 용산에 군사 기지(사령부)를 구축했다.

이후 대륙침략을 위한 동원기지로 사용됐다.

1945년 광복 이후에는 미 7사단이 주둔하며 3년간 용산기지를 사용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국방부와 육군본부가 용산에 이전했으나 6·25전쟁 발발로 다시 미군이 주둔했다.

1952년 정부는 용산 기지를 미국에 공여했고, 정전협정 후에는 미 8군 사령부가 용산으로 이전했다.

이후 현재까지 용산기지는 미군이 사용하고 있다.

용산기지 반환 논의는 서울 인구의 급증과 교통 불편에 대한 민원이 지속해서 제기되면서 이뤄졌다.

노태우 대통령은 1988년 3월 미군 기지 이전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1990년 6월 미국과 용산 기지 이전에 관한 기본합의서와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은 용산기지를 경기도 평택으로 이전하기로 미국과 합의했고, 2005년 용산 기지를 국가 주도 공원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07년에는 용산공원조성 특별법이 제정됐다.

정부 관계자는 "용산기지 반환 개시는 용산의 '외국군대 주둔지 시대'를 마감하는 것"이라며 "용산이 실질적으로 국민의 품으로 돌아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반환 시기 예단 어려워"
용산기지의 실질적 반환이 이른 시간 내 이뤄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이제 반환계획을 수립하고, 환경조사를 한다.

미 측과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현시점에서 반환 시기를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SOFA 반환 절차는 ▲ 반환 협의 ▲ 환경조사/협의 ▲ 반환건의 ▲ 반환승인 등 크게 네가지로 구분된다.

SOFA 반환 절차가 끝나면 정화가 진행된다.

현재 용산기지는 반환 절차의 첫 번째 단계인 반환 협의에 들어간 상태다.

정부는 미 측과 반환 구역과 면적 등을 협의할 예정이다.

반환이 완료돼도 용산 기지의 정화에만 최소 2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용산미군기지 주변 지하수에서 유해물질인 벤젠이 기준치의 최대 1천170배 초과 검출됐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시는 과거 기지 내부에 누출됐던 유류가 현재까지도 기지 내부에 잔류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정부는 애초 2019년 용산기지 일대 토양정화 작업을 하고 2022년부터 공원 조성에 들어가 2027년 공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미군과 오염 책임 정도를 두고 협의를 해야 한다는 점에서 쉽게 반환이 완료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 공원 조성은 계획보다 미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주한미군이 이미 용산기지 상당 부분 비웠다는 점이다.

용산기지에 있는 주한미군사령부는 지난해 6월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 입주했다.

미 8군 사령부도 2017년 7월 평택으로 옮겼다.

현재 용산기지에는 한미연합사령부 본부 등 일부 시설만 남아있다.

한미연합사령부 본부도 조만간 평택기지로 이전한다.

올해 10월 주한미군은 용산기지 내 장병 및 가족을 위한 편의시설을 대부분 폐쇄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육군병원 진료 업무도 10월 1일 종료됐고, 용산기지 내 장병 세탁소도 같은 날 문을 닫았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과의 협의 기간이 얼마나 걸리지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용산공원 조성이 늦어지지 않도록 신속히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