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기적 같습니다.

"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22세 이하(U-22) 축구 대표팀이 10일 동남아시아(SEA) 게임 결승전에서 인도네시아를 3-0으로 꺾고 대회 60년 만에 처음으로 우승하자 베트남 하노이시의 한 카페에서 친구들과 단체 응원을 하던 뚜(20) 씨가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한 말이다.

이날 필리핀 마닐라 리살 기념 경기장에서 펼쳐진 결승전에서 '박항서 매직'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종료 휘슬이 울리자 베트남 전역에서 거리응원을 펼치던 베트남 축구 팬들이 벌떡 일어나며 환호성을 질렀다.

전국이 떠들썩했다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였다.

서로 얼싸안으며 기쁨을 나누던 현지 팬들은 부부젤라를 불고 베트남 국기와 태극기를 흔들며 60년 만에 찾아온 환희를 만끽했다.

팬들은 북과 꽹과리를 치고 불꽃을 터트리며 승리를 자축했고, "베트남, 보딕(우승)"을 끝도 없이 연호했다.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팬들도 많았다.

베트남 국기를 들고 오토바이나 승용차를 탄 채 시내를 질주하며 경적을 울리는 거대한 '승리의 질주'가 대도시 주요 도로에서 이뤄졌고, 행인들도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

베트남 전역이 거대한 축제장이 된 듯했다.

이날 베트남 축구 팬들의 응원 열기는 대단했다.

경기 시작 2시간여 전부터 하노이, 호찌민, 하이퐁시 등 전국 대도시 곳곳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 앞으로 축구 팬들이 몰려 막대풍선을 두드리며 거리응원을 펼쳤다.

대학이나 문화센터, 체육관, 기업은 물론 병원에서도 단체 응원전이 열기를 뿜었고, 식당과 카페, 주점에서도 TV나 스크린으로 경기를 지켜보며 박항서호를 응원했다.

축구 동호회원들과 서포터스는 경기 전부터 춤추고 노래하며 분위기를 띄웠고, 우승컵을 형상화한 대형 조형물을 매단 차량이 시내를 퍼레이드하며 박항서호의 승리를 예고했다.

박항서 감독과 베트남 U-22 대표팀 선수들의 사진이 새겨진 베트남 국기가 불티나게 팔렸고, 단체 응원 현장 곳곳에서 태극기가 나부꼈다.

현지 팬들은 박항서호가 골을 터트릴 때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두 팔을 번쩍 들며 환호했다.

그 우렁찬 함성이 도시 전체를 흔드는 듯했다.

결승전이 펼쳐진 마닐라 리살 기념 경기장에도 베트남 축구 서포터스가 대거 몰려 박항서호를 응원했다.

박항서호의 이번 우승으로 베트남은 1959년 시작한 SEA 게임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게 됐다.

첫 대회 때 월남(South Vietnam)이 우승컵을 들어 올린 바 있지만, 베트남이 통일되기 전 남쪽 대표팀이 이룬 성과여서 의미가 다르다.

베트남 현지 언론은 월남의 우승을 아예 언급하지 않는다.

직장인 선(35) 씨는 "박항서 감독님을 사랑한다"면서 "베트남과 오랫동안 함께하며 베트남 축구의 역량을 키워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