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청탁 명목으로 거액의 돈을 받고 응시자의 스펙에 맞춰 '맞춤형 채용공고'를 내는 등 채용 비리를 저지른 전직 지방자치단체 산하기관장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수원지법 형사12부(김병찬 부장판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및 업무방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전 용인시디지털산업진흥원장 A(64) 씨에게 징역 5년과 벌금 9천만원을 선고하고 추징금 9천만원을 명령했다.
또 취업을 희망하는 지원자 2명의 부모에게서 돈을 받아 A 씨에게 전달해 변호사법 위반 및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기소 된 전 용인시장 특별보좌관 B(63) 씨에게는 징역 2년 6월과 추징금 2천500만원을 선고했다.
A 씨에게 직접 취업을 부탁하면서 1천만원씩을 건넨 지원자 부모 2명에게는 징역 4월과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됐다.
A 씨는 2015년 3월부터 2016년 3월까지 모두 5차례의 신입직원 채용과정에서 B 씨로부터 취업 청탁 명목으로 7천만원을 수수하는 등 모두 9천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채용조건을 청탁받은 응시자의 스펙에 맞게 변경하도록 부하직원에게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원 자격요건에 기존 항목에는 없던 전공 이수 여부나 관련 업무 경험을 요구하는 항목을 추가해 청탁받은 응시자만 서류심사에 합격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동원됐다.
이런 식으로 부정하게 채용한 신입직원은 1년간 14명에 달한다.
지난해 기준 용인디지털산업진흥원 인원이 31명(예산 66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전체 직원의 절반에 해당하는 수치다.
A 씨에게 직접 청탁한 2명과 B 씨를 청탁을 부탁한 2명 이외에 지원자 10명의 경우 지인 등을 통해 A 씨에게 취업을 청탁한 것으로, 이들 사이에 금전이 오간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
부정 채용된 직원 중 7명은 퇴사했다.
B 씨는 이 시기 취업 청탁을 명목으로 2명의 지원자 부모에게서 9천500만원을 받아 이 중 7천만원을 A 씨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지난해 중순부터 백군기 용인시장 특별보좌관으로 일해온 B 씨는 최근 사임했다.
재판부는 "공공기관 채용의 공정성은 추상적인 기준이 아니라 능력 있는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준수돼야 할 가치"라며 "공정한 경쟁을 가로막는 불공정 행위로 비난 가능성이 크고, 금액도 9천만원에 이르러 공직사회 정의를 훼손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