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은 지난 3일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를 깜짝 방문했다. 이날 포스코 행사에서 특강을 한 최 회장을 보좌하기 위해 임원 10여 명이 동행했다. 명찰에 적힌 이들의 직급은 모두 부사장. 포스코 임직원들은 “SK는 부사장이 정말 많네요”라고 수군거렸다.

SK그룹에는 부사장이 700여 명 있다. 포스코그룹(20여 명)보다 30배 이상 많다. SK에 부사장이 많은 이유는 지난 8월 임원들의 직급을 폐지했기 때문이다. SK그룹은 대외적으로 임원 직급을 부사장으로 통일했다. 내부에서는 실장, 그룹장 등 직함을 부른다.

원칙은 이렇지만 아직 모든 계열사에 정착되지는 않았다는 게 SK 임직원들의 전언이다. SK이노베이션의 한 직원은 “전무를 실장이라고 하면 왠지 낮춰 부르는 느낌”이라며 “어색해서 아직까지는 상무, 전무 등의 호칭을 더 자주 쓴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직함이나 직급 대신 영어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사내에서 ‘JP님’으로 통한다. 유영상 사업부장은 ‘제임스님’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수평적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해 작년부터 영어 이름을 쓰기 시작했다”며 “전무, 상무 등의 호칭은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SK와 관계를 맺고 있는 회사들도 난감한 경우가 많다. 대외 행사에서 상무급인 SK 임원을 부사장으로 예우한 게 다른 그룹 부사장에게는 결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SK 상무급 인사를 다른 그룹 부사장과 같은 자리에 앉혔다가 불평을 들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SK그룹의 호칭 문제는 5일 사장단 및 임원 인사를 계기로 정착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SK 관계자는 “올해 인사를 거치면 상무급, 전무급 자체를 따질 수 없기 때문에 호칭 통일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만수/홍윤정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