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28년만에 기획한 대규모 가야 특별전 개막
철제 갑옷·토기 한데 모아…공존과 화합 가치 조명
유물 2천600여점으로 소개한 우리가 몰랐던 '가야'(종합)
지난해 12월 건국 1천100주년을 맞은 고려 문화재로 화려한 전시를 연출한 국립중앙박물관이 이번에는 고대에 한반도 동남부에서 세력을 떨친 가야로 돌아왔다.

박물관이 여름부터 자전거 대회 등을 통해 널리 알린 특별전 '가야본성(加耶本性) - 칼과 현'이 3일 막을 올린다.

전시는 현 정부의 '가야사 문화권 조사·정비' 국정과제 추진과 맞물려 영남과 호남 동부 지방에서 대대적인 가야 유적 발굴조사와 정비가 이뤄지는 가운데 그동안 우리가 잘 몰랐던 가야를 총체적으로 짚어보고, 그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아울러 중앙박물관이 1991년 개최한 '신비한 고대왕국 가야' 이후 28년간 축적한 고고학·역사학 성과를 국민에게 공개하기 위해 마련했다.

부제인 칼은 가야가 보유한 강성한 힘, 현(絃)은 가야금이라는 악기로 대표되는 조화를 각각 상징한다.

유물 2천600여점으로 소개한 우리가 몰랐던 '가야'(종합)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은 2일 언론 공개회에서 "작년 대고려전에서는 깜짝 놀랄 만한 유물을 소개했다면, 가야본성 전시는 가야가 한반도 고대 문화를 이해하는 표본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했다"며 "가야를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를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윤온식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는 "고구려·신라·백제와 520여년을 함께한 가야는 '철의 왕국', 연맹체 국가 정도로만 알려졌다"며 "하지만 최근에 남원 운봉고원과 순천 등지에서 가야 유적과 유물이 나오면서 호남 동부가 한때 가라국 편에 섰음이 입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시는 가야가 추구한 가치인 화합과 공존을 설명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한편으로는 동아시아 기항지로 번영을 누린 금관가야가 왜 가야 세력 전체를 통합하지 않았는지 의문을 품었다"고 덧붙였다.

박물관은 이번에 소속박물관뿐만 아니라 삼성미술관 리움, 일본 도쿄국립박물관 등 국내외 31개 기관이 소장한 가야 문화재 2천600여점을 한자리에서 펼쳐 보였다.

국보 제138호로 지정된 6세기 가야 금관과 국보 제275호 도기 기마인물형 뿔잔, 함안 말이산 고분군에서 출토한 높이 44㎝ 항아리와 집모양 토기, 김해 대성동 고분군에서 찾은 허리띠 꾸미개, 경상대박물관이 소장한 봉황장식 큰칼 등을 공개한다.

일부 공간에서는 다양한 토기와 갑옷을 한데 모아 압도적 느낌이 들기도 한다.

유물 2천600여점으로 소개한 우리가 몰랐던 '가야'(종합)
전시는 수로왕과 허황옥 설화를 역사적으로 어떻게 해석할지 생각해 보게 하는 프롤로그로 시작한다.

고대 가요 '구지가'(龜旨歌)가 비추는 어두컴컴한 통로를 지나면 돌을 층층이 쌓아 올린 파사석탑이 보인다.

실내 전시로는 드물게 석탑을 김해에서 옮겨 전시했는데, '삼국유사'에는 허황옥이 무서운 파도를 잠재우려고 돌을 배에 싣고 왔다는 기록이 있다.

4부 소주제는 각각 공존, 화합, 힘, 번영이다.

고고학 자료로 가야 세력의 공존을 조명하는 제1부는 창원 현동과 함안 말이산 고분 출토 상형토기를 비롯해 중국, 왜, 신라, 백제, 고구려, 북방민족과 가야가 교류했음을 보여주는 유물로 꾸몄다.

가야 토기로 만든 높이 3.5m '가야토기탑'이 주요 볼거리다.

제2부는 고령 지산동 고분군 출토 유물을 중심으로 호남 동부에서 나온 유물 등을 통해 영호남을 아우르는 가야의 다양한 문화를 다루고, 제3부는 가야 무기와 마구(馬具)·제철 기술 관련 유물로 '철의 나라' 가야를 소개한다.

마지막 제4부는 가야가 중국과 일본을 잇는 무역 거점으로서 번영을 구가한 흔적을 모아 선보이고, 삼한 중 하나로 경남 지역에 존재한 변한 문화도 정리했다.

에필로그에서는 강원도 동해시 추암동에서 나온 가야토기를 통해 멸망 이후 흩어진 가야인의 디아스포라를 논했다.

유물 2천600여점으로 소개한 우리가 몰랐던 '가야'(종합)
전시는 평소 보기 힘든 가야 유물을 집대성했다는 점에서 일부러 찾아가 볼 만하지만, 일반인에게는 다소 어렵게 느껴질 듯싶다.

또 전시장이 시종일관 어둡다는 지적도 나왔다.

중앙박물관은 이례적으로 전시도록 2종과 어린이용 도서 '가야에서 보낸 하루'를 제작했다.

448쪽에 이르는 학술도록은 가야사 개설서라 할 만하다.

또 도록과 전시 설명문 중 일부는 '현의 노래'를 쓴 소설가 김훈이 윤문했다.

전시장 마지막 글이 일례다.

"가야의 여러 작은 나라들은 저마다의 자연발생적 조건들을 존중하면서 520여년을 이웃으로 공존해 왔습니다.

가야는 강자의 패권으로 전체를 통합하지 않았고, 언어와 문화의 바탕을 공유하면서 각국의 개별성을 부정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가야가 역사 속에서 존재하는 방식이었고, 멸망의 원인이었습니다.

(중략) 가야의 운명은 국가란 무엇이고 평화란 무엇인지에 대해 많은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
내년 3월 1일 전시가 종료하면 겨울까지 부산박물관, 일본 지바현 사쿠라(佐倉)시 국립역사민속박물관, 후쿠오카현 다자이후(太宰府)시 규슈국립박물관에서 순회전을 한다.

내후년에는 국립김해박물관에서 마지막 전시를 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