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 사는 A씨는 지난 3월 모 은행 관계자를 사칭한 보이스피싱범으로부터 "1천만원을 지정한 계좌에 송금하면 그간의 대출기록을 삭제하고 4천600만원까지 추가로 대출해주겠다"는 전화를 받았다.

얼떨결에 1천만원을 입금하고 운전면허증 사본까지 문자메시지로 전송한 뒤에야 보이스피싱을 당한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또 다른 피해를 막기 위해 주민등록번호를 바꾸기로 했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번호변경위원회는 올해 1∼11월 A씨처럼 보이스피싱 사기로 피해를 본 뒤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신청한 경우가 158건(명)으로, 이 가운데 143건에 대해 변경 결정(인용)했다고 1일 밝혔다.

보이스피싱 피해로 주민번호 변경을 신청한 158명의 연령대는 50대 42명(26.6%), 20대 39명(24.7%), 30대 28명(17.7%), 40대 24명(15.2%), 60대 19명(12.0%), 70대 이상 5명(3.2%) 등으로 나타났다.

위원회가 주민등록번호 변경 결정을 한 143건의 보이스피싱 당한 수법을 보면 범죄에 연루됐다며 협박을 들은 경우가 73건(51.0%)으로 가장 많았고 대출실행 등 금융관련 사기는 64건(44.8%)이었다.

비교적 최근 나타난 수법의 메신저 피싱도 3건(2.1%) 있었다.

가족이나 지인을 사칭하며 "문화상품권을 사야 하니 신용카드와 주민등록증이 필요하다"는 식의 메시지를 보내 문화상품권을 사도록 유도한 뒤 가로채는 방식이다.

주민등록번호를 변경한 피해자들의 재산피해는 1인당 1천만∼5천만원이 66건(54.1%)으로 가장 많았고 100만∼1천만원 31건(25.4%), 5천만∼1억원 15건(12.3%) 등으로 뒤를 이었다.

1억원 이상 피해를 본 경우도 6건 있었다.

주민등록번호 유출 경로(중복 있음)는 카카오톡이나 문자메시지가 46건으로 가장 많았고 원격조정앱(28건), 팩스(20건), 허위사이트(18건), 대면전달이나 전화 통화(13건) 순이었다.

홍준형 주민등록번호변경위원장은 "주민등록번호 변경제도는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을 보호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방어 수단"이라며 "보이스피싱으로 주민등록번호가 유출된 경우 2차 피해를 막는 데에 주민등록번호 변경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