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의장은 한일 양국 기업과 국민(1+1+α)이 자발적으로 낸 성금으로 '기억·화해 미래 재단'(가칭)을 설립해 강제징용 및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위자료 또는 위로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문 의장은 당초 위자료·위로금 지급 대상에 위안부 피해자까지 포함하는 '포괄입법' 형태를 구상했지만, 문 의장은 최근 위안부 피해자를 빼고 강제징용 피해자에 한정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위안부 피해자 관련 단체들이 위자료 지급 대상에 위안부 피해자를 포함하는 것에 대해 "사과하지 않는 일본 정부에 면죄부를 준다"며 크게 반발하고, 여야 의원들도 부정적인 의견을 여럿 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달 27일 문 의장과 강제징용 피해자 관련 법안을 발의한 여야 의원 10명과의 간담회에서도 '위안부는 법안에서 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고, 문 의장은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 참석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위안부 피해자들이 원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괜히 넣어 갈등을 유발할 이유가 없으니 법안에서 빼라는 의견을 냈다"며 "문 의장은 빼도 괜찮다고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많은 참석자가 위안부 문제는 빼자고 했고, 문 의장도 이런 의견을 수용했다"며 "한일 갈등을 촉발한 소송 자체가 위안부 문제가 아닌 강제징용 문제이니 굳이 넣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일본 미쓰비시(三菱)중공업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판결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손해배상 명령이었고, 이 판결이 현재의 한일갈등으로 이어졌음을 거론한 것이다.
의장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위안부 피해자를 넣는 것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며, 문제라고 한다면 뺄 수 있다"며 "의견 수렴을 통해 계속해서 법안을 전반적으로 수정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문 의장은 재단의 기금을 조성할 때 현재는 활동이 종료된 '화해치유재단'의 남은 잔액(약 60억원)을 포함하려던 계획도 위안부 피해자 단체의 반대로 포함하지 않기로 한 바 있다.
아울러 법안에는 위자료·위로금 지급 비용을 별도로 적시하지 않기로 했다.
얼마나 모금이 이뤄질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초안에는 관련 소송 진행 상황을 고려할 때 위자료·위로금 지급에 필요한 총비용이 3천억원 정도라고 언급돼있지만, 문 의장 측에서는 그 규모가 1조원을 웃돌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문 의장은 여야 의원들, 피해자 및 전문가 등을 수시로 만나 의견을 두루 수렴한 뒤 이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한 최종안을 마련해 12월 둘째 주 정도에 법안을 발의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12월 하순 개최 가능성이 거론되는 한일 정상회담 이전에 법안이 발의돼야 양국 정상이 관계 회복의 물꼬를 트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