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했던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해 시장에 진입한 NH아문디자산운용이 호수에 돌을 던진 주인공이다. 낮은 수수료를 앞세워 코스피200지수 ETF로 설정액 1조원을 돌파했다. 전문가들은 중위권 업체 간 생존 경쟁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렴한 수수료로 시장 침투

ETF시장 돌풍 일으킨 NH운용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아문디의 하나로200 ETF 설정액은 1조1238억원(11월 27일 기준)을 기록했다. 코스피20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TF 중 1조원을 넘은 것은 삼성자산운용의 KODEX200,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200, KB자산운용의 KBSTAR200 등 세 개밖에 없었다. 일반적으로 ETF는 거래량이 많고 잘 알려진 상품을 선호하기 때문에 후발 주자가 불리하다.

NH아문디자산운용은 저렴한 수수료를 내세워 공고하던 시장에 균열을 만들었다. 하나로200 ETF의 수수료는 0.03%로 시장 1위인 삼성KODEX200(0.15%)의 5분의 1 수준이다. 김현빈 NH아문디자산운용 ETF전략팀장은 “현재 상장된 449개의 ETF 중 1조원이 넘는 것은 14개에 불과하다”며 “후발 주자로서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는 ETF 중 수수료를 가장 낮게 책정한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자산운용의 압도적 지위가 유지되고 있지만 시장 점유율에서의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 말 53.0%였던 삼성자산운용의 시장 점유율은 51.7%로 하락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0.3%포인트 하락), KB자산운용(0.3%포인트 하락) 등 상위권 운용사들의 점유율도 소폭 감소했다.

반면 후발 주자들은 상승세다. NH아문디자산운용이 하나로200 ETF 성장에 힘입어 시장 점유율을 1.4%에서 3.4%로 늘렸다. 지난해 4월 수수료를 0.01%까지 낮춘 KOSEF200TR을 상장한 키움투자자산운용도 점유율을 지난해 말보다 0.5%포인트 올렸다. 이은행 키움자산운용 전략지원팀장은 “KOSEF200TR의 수수료 인하정책과 KOSEF200의 수익률이 타사를 웃돌면서 기관투자가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부터 시장 구조조정 본격화될 것

한국거래소가 민간 지수사업자 진출을 허용하기로 하면서 내년부터 다양한 상품이 나오고 그만큼 경쟁도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NH아문디자산운용은 합작회사인 프랑스의 아문디자산운용사와도 협력해 해외 주식, 부동산 등에 투자하는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KB자산운용도 기관투자가들의 수요가 많은 채권, 대체투자 부문을 강화할 계획이다. 삼성자산운용은 인컴형 ETF, 대체투자 ETF 등을 출시한다.

업계 관계자는 “지수 사업이 개방되면 코스피200 등 대표지수뿐 아니라 대체투자, 채권 등 다양한 자산을 활용한 지수를 개발해 상품을 출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새로운 시장에 적응하지 못하는 소형 자산운용사들은 ETF 사업 존립까지 위태로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