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인도네시아 정부 관계자들이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 설립을 위한 투자협약서에 서명한 후 기념촬영하고 있음. 사진 왼쪽부터 바흐릴 라하달리아 인도네시아 투자조정청장,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이원희 현대차 사장.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자동차와 인도네시아 정부 관계자들이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 설립을 위한 투자협약서에 서명한 후 기념촬영하고 있음. 사진 왼쪽부터 바흐릴 라하달리아 인도네시아 투자조정청장,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이원희 현대차 사장.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자동차가 인도네시아에 아세안 지역 처음으로 완성차 생산거점을 구축한다. 인도네시아 공장을 바탕으로 아세안 시장 진출의 전략적 교두보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26일 오후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조코 위도도(Joko Widodo) 인도네시아 대통령, 루훗 빈사르 판자이탄(Luhut Binsar Pandjaitan) 해양투자조정부 장관, 아이르랑가 하르탄토(Airlangga Hartarto) 경제조정부 장관, 바흐릴 라하달리아(Bahlil Lahadalia) 투자조정청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이원희 현대차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인도네시아 현지 공장 건설을 위한 투자협약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정 수석부회장은 "현대자동차의 현지 공장 설립은 인도네시아 정부의 적극적인 협조와 지원을 바탕으로 이뤄낸 성과"라고 언급한 뒤 "인도네시아의 친환경차 정책에 적극 부응해 아세안 지역 발전에 앞으로도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2017년 아세안 시장 공략을 위한 전담 조직을 신설한 후 3년동안 시장 조사를 거쳐 최근 수도 자카르타에서 동쪽으로 약 40Km 떨어진 브카시(Bekasi)시(市) '델타마스(Delta Mas) 공단' 안에 완성차 공장을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총 투자비는 2030년까지 제품 개발과 공장 운영비를 포함해 약 15억5000만달러이며 부지는 약 77만6천㎡ 에 달한다. 올해 12월 착공해 2021년말 15만대 생산 규모로 가동될 예정이며 향후 최대 생산 능력을 25만대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 인도네시아 시작으로 아세안 시장 본격 진출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열린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 설립 투자협약식 전에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코나 일렉트릭에 기념 서명을 한 후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음.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열린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 설립 투자협약식 전에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코나 일렉트릭에 기념 서명을 한 후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음.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차의 투자 결정은 저성장 기조에 접어든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아세안이라는 신시장 개척을 통래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성격이 짙다.

특히 아세안 자유무역협약(AFTA)에 따라 부품 현지화율이 40% 이상일 경우 역내 완성차 수출 시 무관세 혜택이 주어지는 이점을 최대한 활용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생산되는 완성차를 필리핀, 태국, 베트남 등 아세안 역내로 수출할 예정이며 호주, 중동 등으로의 수출도 검토 중이다. 또한 완성차와는 별도로 연 5만9000대 규모의 CKD(반제품 조립, Complete Knock Down) 수출도 계획하고 있다.

아세안 최대 자동차시장인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약 115만대 판매, 연 5% 수준의 안정적인 경제 성장, 2억7000여만명에 달하는 세계 4위 인구, 평균 연령 29세의 젊은 인구 구조 등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큰 시장이라는 평가다.

◆ 현지 맞춤화 전략 꾀한다
지난 7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왼쪽)이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자카르타 대통령궁에서 만나는 모습 [사진=현대자동차]
지난 7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왼쪽)이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자카르타 대통령궁에서 만나는 모습 [사진=현대자동차]
현대차는 인도네시아와 아세안 지역에서 조기에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 판매 체제 구축을 위해 협력한다. 제품 개발은 현지 전략 모델 개발을 위해 사전에 별도 조직을 구성했고 국내 부품사와 현지 부품사 간의 기술 제휴도 추진한다.

생산·판매 체계도 소비자 중심으로 운영한다. 주문을 받아 제품을 생산하는 '주문 생산 방식'을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온·오프라인이 연계된 판매 방식의 변화도 모색한다. 소비자들의 상품 구매 방식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격히 변하고 있어서다.

전국적 딜러망도 조기에 구축한다. 2021년 말 공장 가동 시점에 맞춰 소비자 접근성, 지역별 수요 등을 고려해 100여개의 딜러망을 우선적으로 확보한다.

특히 IT 신기술에 익숙한 젊은 층을 주요 타깃으로, 음성 명령, 차량 제어, 차량 내 쇼핑 등 첨단 커넥티드 서비스 중심의 상품 차별화 요소를 적극 발굴해 현지 맞춤형 사양 개발에도 앞장선다.

◆ 정부 신남방 정책도 현대차에 호재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부산 벡스코에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부산 벡스코에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도네시아는 한국 정부가 추진해온 신남방 정책의 핵심 국가로서, 양국의 신뢰 관계 구축과 교류 확대 분위기도 현대차의 투자 결정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지난 6월 일본 G20 정상회담에서 경제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으며 10월에는 양국 간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이 실질적으로 타결됐음을 공동 선언했다. 이 협정에 따라 자동차 강판 용도로 쓰이는 철강 제품, 자동차부품 등에 대한 관세가 즉시 철폐됐다.

투자협약식 이후 조코 위도도 대통령을 비롯한 인도네시아 정부 관계자들은 수소전기차 공기정화, 넥쏘 절개차, 코나 일렉트릭 절개차와 무선충전시스템, 웨어러블 로봇, 전동 킥보드 등 현대차의 기술력을 둘러봤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현대자동차는 가장 진취적인 회사로 세계 시장에서 성공을 거뒀다. 인도네시아에서도 적극 투자에 나서 꼭 성공해 달라"며 "필요한 지원을 다하고 직접 챙기겠다"고 밝혔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