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 난제에 답한 신간 '미메시스'
허구란 무엇이며 우리는 어떻게 허구에 참여하는가
어린아이가 인형 놀이를 한다.

아이는 인형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분명히 안다.

하지만 인형에 이름을 붙이고, 마치 사람이라도 되는 양 대화를 나누며 논다.

인간은 이성적 능력을 갖춘 성인이 돼서도 허구를 접하며 놀이를 한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소설책을 읽고 그림을 그린다.

고급 놀이라고 할 만한 예술은 기본적으로 재현에 바탕을 두는데, 분석미학에 큰 영향을 미친 미국 철학자 켄달 L. 월튼은 신간 '미메시스: 믿는 체하기로서의 예술'에서 우리가 재현을 즐기는 과정에서 '믿는 체하기'(make-believe)가 작용한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상상하기라고 할 수 있는 믿는 체하기가 인간 경험에 만연했으며, 예술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믿는 체하기라는 이론으로 허구와 비허구를 어떻게 구분하는가, 우리는 왜 허구에서 공포나 동정 같은 감정을 느끼는가, 우리는 왜 비극을 즐기는가 같은 오래된 미학 난제를 풀 통찰력 있는 분석을 제시한다.

원서는 1990년 미국에서 출간됐다.

번역은 서울대 대학원에서 '그림 안에서 보기: 회화적 재현의 본질에 대한 논의'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양민정 씨가 했다.

북코리아. 612쪽. 3만2천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