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출판부, 시화총서 제4∼5권
성섭 '필원산어'·홍만종 '시평보유' 나란히 번역 출간
조선 후기 문인 성섭(1718∼1788)이 편찬한 시화(詩話) '필원산어'(筆苑散語)와 시화로 명성을 떨친 홍만종(1643∼1725) 저서 '시평보유'(詩評補遺)가 나란히 번역·출간됐다.

조선시대 시화를 꾸준히 발간 중인 성균관대출판부 시화총서 네 번째, 다섯 번째 책이다.

시화는 시에 관한 비평·해설과 시인 일화를 기록한 책이다.

성섭은 경상도 성주 출신 남인으로, 누대에 걸쳐 관료를 배출한 명문가 후예였으나 정작 본인은 과거에 거듭 낙방했다.

그가 활동할 당시 정치 주도권은 노론에 있었고, 영남 남인은 상당히 위축된 상황이었다.

성섭은 중년이 되자 시작(詩作)과 유람에 몰두했고, 만년에는 성리학을 공부했다.

필원산어는 3부로 나뉘며, 모두 326칙을 수록했다.

저자는 서문에서 "상편에는 우리나라 사람의 글을 기록하고, 하편에는 기이한 이야기를 끼워 넣었다"고 밝혔다.

번역은 장유승 단국대 동양학연구원 책임연구원, 부유섭 한국고전번역원 연구원, 백승호 한남대 교수가 함께했다.

역자들은 필원산어 특징으로 세 가지를 꼽았다.

우선 성섭이 상당히 넓은 독서 범위를 바탕으로 저술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현지에서 직접 보고 듣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영남 문인 일화를 풍부하게 실었고, 마지막으로 노론 영수 송시열을 상당히 비판하는 등 남인으로서 정체성을 드러냈다고 강조했다.

장 연구원은 "필원산어는 영남 문학에 대한 그간의 인식을 전환하고 재평가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할 영남 지역 문화 연구의 보고"라며 "일반적 조선 후기 시화와는 달리 독창적 견해가 나타난 자료"라고 논했다.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가 김종민 단국대 석주선기념박물관 연구원 등 제자들과 함께 우리말로 옮긴 시평보유는 홍만종이 '소화시평'(小華詩評)을 완성하고 16년이 지나 편찬한 책이다.

홍만종은 소화시평을 펴낸 뒤 "세상의 문인이나 재자(才子)들이 지은 이름난 작품과 빼어난 시구 중에 더러 빠뜨린 것이 있을까"라며 걱정했다고 한다.

소화시평이 고대부터 17세기 후반까지 한국 한시에서 중요한 작품들을 뽑아 소개했다면, 시평보유는 저명한 시인부터 외면당하기 쉬운 시인까지 두루 다뤘다.

분량도 시평보유가 269칙으로, 소화시평보다 57칙 더 많다.

안 교수는 "홍만종은 시평보유를 지음으로써 한국 한시사를 더 풍성하게 만들었다"며 "문학사적 균형을 공평하게 유지하고, 즐겁게 작품을 감상하는 선집으로서 가치를 지녔다"고 평가했다.

필원산어 792쪽. 3만8천원. 시평보유 648쪽. 3만5천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