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콩고 인터넷 비용, 국민소득 수준에 비해 세계 최고

"배가 고픈 마당에 음식을 사야 할지 인터넷 데이터를 사야 할지 고민이었습니다.

"
콩고민주공화국(이하 민주콩고)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는 대학생인 보내 말렝가(27)는 최근 졸업논문 작성을 앞두고 다량의 온라인 검색을 하다 보니 평소보다 지출이 늘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민주콩고 수도 킨샤사에 살고 있는데 이곳에서는 대부분 인터넷 사용자가 휴대폰을 통해 온라인에 접속하는데 평균 소득의 26%를 지출한다고 BBC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말렝가는 "온종일 굶는다고 죽진 않는다며 스스로 위로했다.

인터넷 데이터를 구입하고 주린 배를 안고 잤다"며 친구들도 같은 형편이라고 전했다.

저개발국의 인터넷접근 비용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는 국제 단체인 A4AI(Alliance for Affordable Internet)의 2019년 보고서에 따르면 민주콩고는 국민 소득 수준에 비해 세계에서 온라인 접속 비용이 가장 비싼 국가이다.

A4AI는 누구나 이용 가능한 인터넷의 범주를 1GB 용량의 모바일 데이터 구매 비용이 월수입의 2%를 넘지 않는 수준으로 규정하고 있다.

수도 킨샤사에서 동쪽으로 2천Km 떨어진 지역에 사는 에릭 카싱가는 수년 전 자신에게 일어난 수치스러운 기억을 떠올렸다.

카싱가는 현지 여느 청년들처럼 온라인으로 네덜란드에 있는 한 대학원 과정에 지원하기 위해 인근 사이버 카페를 찾았으나 인터넷 속도가 너무 느려 1시간이면 충분할 지원과정이 무려 3시간이나 걸렸다.

돈이 부족했던 그는 카페 종업원에게 사정을 얘기했지만 돌아온 것은 욕설과 함께 "인터넷은 가난한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는 고함이었다.

그는 결국 신고 있던 신발을 벗긴 채 맨발로 쫓겨나는 수모를 겪었다.

현재 자연보호 단체에서 일하는 카싱가는 온라인 지원 이후 더는 진행하지 못했으며, 신발을 찾으려고 며칠 후 카페를 찾았으나 업소 측에서는 이미 신발을 처분한 상태였다.

그는 "아무도 인터넷 때문에 이런 일을 겪어서는 안 된다"라고 BBC에 강조했다.

민주콩고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네 번째로 인구가 많은 나라로 휴대전화기 제조에 들어가는 재료인 콜탄 등 광물자원이 풍부하다.

하지만 많은 수의 국민이 아직 보건, 식수, 그리고 전력과 같은 기초 공공서비스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으며 유엔이 2016년 인권으로 규정한 인터넷 사용권은 사치스러운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민주콩고 우편·통신청(ARPTC)은 전체 인구의 17%가량이 온라인에 접속 가능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은 민주콩고에서 남성 인구의 33.8%가 온라인에 접속하는 데 비해 여성은 22.6%에 그쳐 인터넷 사용에서도 남녀 차이가 존재하는 것을 발견했다.

킨샤사 국립교육대학의 디지털 권리 전문가인 코조 은두쿠마 교수는 민주콩고에서 인터넷 이용요금이 비싼 3가지 이유를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첫째 아무도 인터넷 서비스에 들어가는 비용 구조를 모른다.

은두쿠마 교수는 "통신 비용은 회사가 투자한 금액에다 운영 비용, 그리고 가입자 수로 결정된다.

하지만 통신사마다 음성 통화에 대해서만 원가 산정이 가능할 뿐 인터넷 사용료에 대해서는 비용 산정이 불가능해 정부에서도 소비자 가격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제공할 수가 없다.

은두쿠마 교수는 "분명한 가격 상한선이 없다 보니 통신사들은 소비자 가격을 마음대로 책정할 수 있게 됐다"라고 전했다.

둘째 경쟁이 없다.

민주콩고 이동통신 시장에서는 가입자 수와 통신사 수가 지난 수년간 변함이 없어 경쟁 제한 효과를 가져왔다.

은두쿠마 교수는 "이들 적은 수의 통신사가 밀약하면 누구도 제동을 걸 수 없다"라며 지난 2016년 민주콩고의 모든 통신회사가 모바일 데이터 요금을 무려 5배나 인상하기로 합의한 사실을 상기시켰다.

셋째 세금이 과다하다.

은두쿠마 교수는 "통신사들이 국가, 행정구역, 그리고 때때로 지자체 단위로 부과되는 세금을 모두 납부해야 한다"며 "통신사는 이 모든 비용을 소비자들에게 덮어씌운다"라고 말했다.

민주콩고 정부는 최근 '라 루샤'(투쟁)로 불리는 청년 운동의 시위를 겪고서 정부가 직접 나서 문제를 해결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소비자 권리단체 역할을 하는 이들 청년 조직은 올 3월부터 10월 사이 전국적으로 11건의 시위를 이끌며 인터넷 이용요금의 인하를 촉구하고 있다.

라 루샤에 소속된 비엥버뉴 마투모는 "통신청은 통신사의 운영에 대해 정부가 개입하는 데는 법적인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라며 "우리는 여전히 통신사들의 사기행각에 정부가 나서 무엇인가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라고 밝혔다.

앞서 민주콩고 정보통신부 장관은 통신청과 라 루샤, 그리고 통신회사들을 한자리에 불러모아 문제 해결 노력을 기울였지만, 인터넷 비용을 줄이고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로 합의하는 데 실패했다.

비즈니스 마케팅 업체를 운영하는 바네사 바야는 인터넷 서비스 개선이 시급한 사람 중 한명이다.

그녀는 "인터넷 서비스의 질이 떨어져 하루에도 몇번씩 2개 통신사의 서비스를 왔다 갔다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통신사별로 인터넷 데이터를 따로 구매해야 한다면서 "고객들은 데이터 소모를 우려해 온라인으로 보내진 상품 카탈로그를 다운받지 않는다"고 현지 상황을 소개했다.

민주콩고 대학생 "밥 굶고 온라인 접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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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